로마인 이야기 작가 시오노 나나미.@출처=연합뉴스
[뉴스임팩트=이상우기자] 일본인 여성 작가 시오노 나나미가 쓴 로마인 이야기를 처음 접한 건 중학생 시절이었습니다. 로마 건국 신화를 서술한 1권은 건너뛰고 한니발 전쟁을 그린 2권부터 읽기 시작했죠. 박진감 넘치는 전투 묘사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대학에 진학한 후 머리가 굵어지면서 로마인 이야기의 단점이 점점 눈에 밟혔습니다. 과도한 영웅주의 사관과 강자에 대한 찬미, 고대 로마 제국과 특정 인물을 지나치게 감싸는 편애, 기독교가 로마를 망쳤다는 납득하기 힘든 주장 등이죠. 그 때문에 로마인 이야기를 멀리했습니다.
참고로 글쓴이는 크리스천이 아닙니다. 교회 비판이 기분 나쁠 이유가 없습니다. 다만 기독교로 인해 로마가 쇠락한 게 아니라 로마 제국이 기울어지고 로마인들이 고통받을 때 기댄 마음의 언덕이 기독교인데 시오노 나나미는 앞뒤를 바꿨습니다. 고개가 갸우뚱거려질 수밖에요.
그러다가 최근에 로마인 이야기를 다시 잡았습니다. 역사책으로는 흠이 많지만 인간 내면을 보여주는 거울로는 나쁘지 않다고 여겨져서입니다.
특히 영웅이나 현군보다 폭군 관련 내용이 와닿았습니다. 로마인 이야기 7권에 나오는 사례를 하나 들어 보죠. 시오노 나나미는 재위 15년 만에 단죄된 로마 5대 황제 네로를 가리켜 '문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할 경우 극단적인 해결책만 떠올리는 기질을 갖고 있었다. 본질적으로 성격이 나약해서라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네로는 어머니를 죽이고, 아내를 살해하고, 스승의 목숨까지 빼앗은 패륜아였습니다. 손가락질받아 마땅하죠. 그런데 네로가 언제나 개판만 친 것은 아닙니다. 나름대로 정치를 잘 해보고자 노력했고 국방과 외교에선 상당한 업적을 이룩하기도 했습니다.
그럼 뭐가 문제여서 네로가 밑바닥으로 떨어졌을까요. 여러 서양 사학자가 이런저런 분석을 했습니다만 개인적으론 시오노 나나미 지적에 공감이 갑니다. 의지가 굳세질 못하니 어머니든 아내든 스승이든 거슬린다 싶으면 인내하면서 설득하기보다 단번에 제거해 버리는 쪽으로 가버린 거죠. 당장은 편했겠지만 수많은 적을 양산해 제 무덤을 판 셈입니다.
앞서 말했듯이 로마인 이야기는 역사에 관한 지식을 얻기에는 부적절한 책입니다. 하지만 인간성의 실체를 알기에는 괜찮은 서적입니다. 위험하면서 매력 있는, 마치 복어와도 같은 로마인 이야기를 통해 사람이란 어떤 존재인지 느껴보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