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6월 러시아 열병식 참가한 중국 인민해방군@연합뉴스
[뉴스임팩트=최진우 전문기자] 2025년의 한반도는 전략적 딜레마의 중심에 서 있다. 미·중 전략경쟁은 갈수록 격화되고, 북핵은 상시화되었으며, 러시아-중국-북한의 군사 협력은 외교적 ‘삼각 연대’의 그림자를 드리운다.
이재명 정부는 ‘경제 중심 외교’, ‘균형외교’를 내세우고 있지만, 군사외교 분야는 여전히 모호한 상황이다. 국방외교는 단순한 부수적 수단이 아니라, 외교정책의 실질적 동력이다. 지금 한국에는 안보전략을 전면 재설계할 군사외교 청사진이 없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미국의 그림자, 동맹은 굳건한가=한미동맹은 여전히 한국 안보의 핵심 축이다. 이재명 정부 또한 윤석열 정부의 ‘한미 정상 간 확장억제 강화 합의’를 계승하고 있으며, 워싱턴선언·전략자산 순환배치 등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미국의 요구 수준이 과거와는 차원이 다르다는 데 있다. 미국은 지금 한국에 더 많은 ‘역할 분담’을 요구하고 있으며, ‘전장’ 개념 역시 한반도를 넘어 인도-태평양 전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미 해군이 제주를 기항하고, 주한미군이 대만 유사시 역할을 맡게 된다면, 한국군은 과연 어디까지 미국의 작전 목표에 부응할 수 있을까. 동맹은 양면의 칼이다. 안보는 얻지만, 전략적 자율성은 잃는다.
한국 정부는 이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동맹은 가치”라는 선언만으로는 부족하다. 군사동맹의 작동 방식에 대한 전략적 통제력 확보 없이는, 한국군은 미국의 보조 부대에 머무를 수 있다.
통화하는 이재명 대통령(왼쪽)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연합뉴스
◇중국과의 군사적 ‘마찰 관리’는 가능한가=사드 배치 이후 중국은 한국에 대해 경제적·외교적 보복을 서슴지 않았다. 최근에는 중국 해군과 공군이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과 동해 상공을 빈번히 침범하고 있으며, 이는 사실상 ‘군사적 경고’의 성격을 띤다.
하지만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미국 중심 대응에는 적극적이면서도, 중국과의 채널에는 침묵하거나 수동적이다. 한중 군사소통 채널은 실질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있으며, 한국군 내부에서도 “중국은 전략적 관심 대상이 아니며, 단지 관찰 대상”이라는 낙관적 인식이 여전하다.
문제는, 미중 갈등이 군사적 충돌로 확대될 경우다. 한국은 반드시 선택을 강요받게 된다. 그 순간이 오기 전까지, 한국은 국방외교적 완충지대를 설계하고, 미중 모두와 군사대화를 유지할 창구를 열어야 한다.
북한 열병식에 등장한 고체 추진ICBM 추정 미사일@연합뉴스
◇북한 비핵화, 실현 가능한 목표인가=북한은 더 이상 ‘비핵화 협상’에 관심이 없다. ‘핵 보유국’ 지위를 헌법에 명시하고, 전략핵·전술핵을 이원화해 작전 배치하고 있다.
그럼에도 한국 정부는 여전히 “북한의 비핵화”를 공식 입장으로 유지한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이재명 정부는 북한을 군사적으로 ‘핵무장 국가’로 간주할 준비를 해야 한다.
그렇다면 한국군은 어떤 억제 전략을 세워야 하는가. 단순히 킬체인이나 대량응징보복 개념으로는 핵 보복 억제를 설명하기 어렵다.
이제는 한미 확장억제를 넘어, 국가 차원의 ‘핵전략 커뮤니케이션 체계’—즉 핵 대응 정책, 위기 관리 수단, 핵피해 감내 전략 등을 포함한 포괄적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국방외교는 그 전략의 외부적 표현 수단이 되어야 한다. 비현실적인 ‘비핵화’ 레토릭을 반복할 때가 아니라, 핵 공존 시대에 맞는 군사외교적 태세 전환이 절실하다.
◇방산 수출은 기회인가 전략인가=폴란드를 비롯한 K-방산 수출이 급증하고 있다. 2022~2024년 사이, K9 자주포, FA-50, K2 전차 등은 한국을 세계 8대 방산 수출국으로 끌어올렸다. 이는 분명 성과지만, 동시에 전략 자산의 분산과 보급 전환 위험도 있다.
문제는 이러한 방산 외교가 국방 전략 차원에서 종합적으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방산은 단순히 무기를 파는 것이 아니라, 동맹망을 형성하고 작전 개념을 전파하는 일종의 군사외교 수단이다.
이스라엘, 프랑스처럼 ‘국방-외교-산업’이 통합된 방산 전략이 한국에도 필요하다. 외교부, 국방부, 방위사업청 간 유기적 협업 없이는, 방산 수출은 그저 단기 실적 중심의 수출 이벤트에 그칠 뿐이다.
국방외교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한미동맹 유지, 중국 견제, 북핵 대응, 방산 수출 모두 국방의 외교적 활용 없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군 전문가들은 이재명 정부가 이제는 군사외교 전문인력 양성, 국방-외교 연계기구 신설, 한미 연합작전에서의 전략 자율성 확대 등을 핵심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왜냐하면 외교의 끝은 군사력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군사력의 뿌리는, 전략적 설계가 있는 국방외교다. 군사 없이 외교는 설득이 되지 않고, 외교 없는 군사력은 고립을 부를 수밖에 없다. 한국이 다시 한 번 국방외교 강국으로 도약하려면, 지금 이재명 정부에서 그 기틀을 다져야 한다는 것이 시대적 요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