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영국, 이탈리아가 공동 개발 중인 6세대 전투기.@BAE Systems


[뉴스임팩트=이정현 통신원] 일본 정부가 자국 방산기업들의 수출금지를 해제한지 10년 이상이 지났지만 해당 기간 완성품 수출실적은 미쓰비시전기가 필리핀에 판매한 방공용 경계관제 레이더 1건이 전부일 정도로 일본 방산업계의 부진은 심각한 상황이다.

물론 일본 기업들이 수출에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올해 5월 치바시 마쿠하리멧세에서 열린 방산전시회 DSEI Japan에는 과거 최다인 471개 기업과 단체가 참여하였고 일본 정부도 영국, 이탈리아와 공동개발 중인 차세대 전투기와 자체 개발 중인 레일건 등의 모형을 전시하며 기술력을 자랑했다.

하지만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분석자료에 의하면 일본은 방위비로는 2024년 기준 세계 10위를 자랑하지만 방산장비 수출액으로는 30위 안에도 들지 못할 정도로 간극이 벌어져 있다.

비즈니스 리서치 인사이트는 세계 방산시장 규모가 2033년이면 2024년의 1.5배에 해당하는 3조 8712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예측했는데 일본은 성장하는 방산시장을 옆에서 지켜만 볼 뿐 전혀 파이를 뺏어오지 못하고 있다.

일본은 과거 2016년에도 호주 잠수함 수출사업에서 프랑스와의 경쟁에 뒤진 사례가 있다. 당시의 실패요인은 성능을 일부러 낮추는 스펙다운에 일본 기업들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고 호주 영업에 대한 노하우가 전무했던 탓이 크다.

그럼 일본 기업들이 고객요구에 대응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일본은 오랫동안 방산품 수출을 금지해왔기 때문에 방위산업 전체가 자위대만을 위한 소량생산에 특화되어 있어 폭넓은 고객요구를 수용할 만큼 유연하지 않다. 바꿔 말하면 이미 만들어진 물건만을 밀어붙이는 방식이다.

방산품 매각을 위한 상담(商談) 프로세스도 독특한 편으로 수출거래를 제조기업이 아닌 방위성과 자위대가 주도하는데 정부 지도를 받으며 수출을 진행하면 기업 입장에서는 유연하게 교섭하기 힘들어진다.

여기에 방위산업에 특화된 기업 자체가 적고 실적이 없으니 노하우도 빈약하다.

정부 입장에도 문제가 있다. 일본 정부는 2014년에 방위장비품 수출과 국제 공동개발에 관한 ‘방위장비 이전 삼원칙’을 정하고 일정 조건을 만족할 경우 수출을 인정하고 있다. 일본 방위산업의 판로를 해외로 넓히고 기반을 강화하기 위함이었다.

여기에 2023년 말부터 작년 봄까지 삼원칙 내용을 개정하여 수출허가 조건을 더욱 완화했음에도 업계에서는 여전히 불충분하다는 불만이 계속되어 작년 7월에는 전 국가안전보장국장 등을 중심으로 삼원칙 자체를 없애야 한다는 제언까지 나왔다.

불만의 가장 큰 원인은 일본의 방위장비 이전 삼원칙이 방산품의 살상능력을 부정하기 때문이다. 이는 수출의 가장 큰 제약으로 작용하는데 현재 수출승인 조건은 구난, 수송, 경계, 감시, 소해(掃海)의 다섯 가지로만 제한되어 있어 대부분의 방산품들이 살상능력을 갖고 있음을 생각하면 큰 모순이 아닐 수 없다.

평화국가를 내건 전후(戰後) 일본 정부 입장에서는 반전(反戰)여론이 강해지는 와중에 쉽사리 수출제한을 풀어버릴 수도 없는 노릇이라 방위산업의 발전과 여론악화 사이에서 계속 눈치만 보는 상황이 자국 방산업계에는 족쇄로 작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