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그룹 표지.@출처=연합뉴스

[뉴스임팩트=이상우기자] 기업과 노조 간 갈등을 여러 해 취재하면서 한 가지 얻은 교훈이 있습니다. '힘없는 근로자들이 뭉친 노조는 선, 힘센 자본가의 생산 수단인 기업은 악'이라는 이분법을 떨쳐내야 한다는 겁니다.

이분법을 깨는 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억강부약(抑强扶弱·강자를 억누르고 약자를 돕는다는 뜻의 고사성어)은 기자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신념인데 이를 제어해야 하니까요.

하지만 취재 경험이 쌓일수록 노조가 기업보다 약하지도, 선하지도 않음을 깨달았습니다. 노조가 실은 강력한 악당이라는 소리가 아닙니다. 노조든 기업이든 욕망이나 이해득실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좋은 점과 나쁜 부분을 모두 갖고 있단 얘깁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SPC그룹 노조 탈퇴 종용 사건 관련 재판입니다.

검찰과 민주노총 파리바게뜨지회는 허영인 SPC그룹 회장과 주요 임직원들이 대대적인 노조 탄압을 감행했다고 낙인찍었습니다. 노조 선, 기업 악 이분법을 적용한 거죠. 다만 공판 과정에서 드러난 사실은 이분법과 사뭇 달랐습니다.

노조 탈퇴를 종용한 회사의 잘못이 있지만 파리바게뜨지회가 입지 구축을 위해 강경 투쟁을 고집한 측면도 부인할 수 없었습니다. 제빵 제조 현장에 있는 직원이 "노조가 있어야 근로자 권익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해 파리바게뜨지회에 접촉했지만 처우 개선을 전혀 말하지 않아 기분이 나빴다"고 법정에서 증언했을 정돕니다.

'세상만사가 흑백은 아니다(Not everything is black and white)'란 서양 격언이 있습니다. 선과 악이 명확히 나뉘는 경우는 많지 않단 의미죠. 기업과 노조의 다툼에도 해당하는 가르침이라고 여겨집니다. 이젠 이분법을 넘어 균형 잡힌 시각으로 기업과 노조를 바라보자는 목소리가 커지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