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연합뉴스
[뉴스임팩트=최진우 전문기자] “나는 한다면 하는 사람이다. 연준 의장을 언제든 해임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 해임 압박이 다시 거세지고 있다. 트럼프와 파월의 관계는 유명하다. 파월을 연준 의장에 임명한 것은 트럼프 자신이다. 1기 행정부때 연준 의장에 임명했지만, 이후 파월과 트럼프의 관계는 단 한번도 좋았던 적이 없다.
1기 행정부 때도 트럼프는 금리정책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내가 한 최악의 인사”라고 규정하며 파월을 압박했으며 작년 대통령 선거 기간 내내 재집권하면 파월을 당장 해고할 것이라고 협박했다. 하지만 정작 작년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하자, 그는 “파월을 해고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랬던 트럼프가 다시 해고 카드를 꺼낸 것은 관세정책에 대한 파월의 부정적 견해 때문이다. 파월이 트럼프의 관세로 인한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지적하자 곧바로 해고 위협을 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파월을 해고하기에는 제도적, 정치적, 법적 장벽이 존재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파월 해임이 현실화되기 어려운 세 가지 핵심 이유는 다음과 같다.
◇연준 의장의 ‘임기 보장’ 원칙=연준 의장은 미 연방준비제도법에 따라 대통령이 임명하지만, 그 임기는 4년으로 보장된다. 해당 법안은 의장의 임기를 ‘대통령의 신임에 따라’가 아니라 명시적으로 ‘고정된 4년’으로 규정하고 있어, 중도 해임은 매우 제한적이다. 바이든 정부때 새 임기를 시작한 파월의 임기는 내년 5월까지다.
현재까지 미국 역사상 대통령이 연준 의장을 임기 중 해임한 전례는 단 한 차례도 없다. 예외적으로 연준 이사 또는 의장을 해임하려면 ‘중대한 직무 태만이나 위법 행위’에 대한 명확한 근거가 필요하며, 단순한 정책 불일치나 인플레이션 대응 기조는 해임 사유가 되지 않는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피터 콘티브라운 교수는 “연준 의장은 정치적 충성보다는 독립성과 신뢰성이 핵심인 자리”라며, “파월의 해임은 법적 다툼을 야기할 뿐 아니라, 미국 내외에서 연준의 정치화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치적 역풍, 의회와 여론의 반발 가능성=연준은 미국 경제의 핵심 축이며, 그 독립성은 초당적 원칙으로 간주돼왔다. 트럼프가 파월 의장을 해임할 경우, 단지 민주당뿐 아니라 일부 공화당 내에서도 ‘권력 남용’이라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상원 금융위원회 소속의 공화당 의원 일부도 과거 트럼프의 금리 인하 압박에 대해 “연준은 대통령의 금융부가 아니다”라며 공개적으로 반발한 바 있다. 특히, 시장이 혼란에 빠질 경우, 정권 초기부터 정치적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다.
더 나아가 미국 유권자 상당수는 고물가보다도 ‘시장 불안’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파월 해임이 실제로 시장에 충격을 주고 금리·물가 불안정으로 이어진다면,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정책 신뢰도 자체가 출범 초기부터 흔들릴 수 있다.
◇시장 신뢰 붕괴, 달러 기축통화 지위에 대한 악영향=연준 의장은 단지 통화정책을 이끄는 인물이 아니라, 글로벌 금융시장의 핵심 키맨이다. 파월 해임은 연준의 정치적 독립성에 대한 의심을 불러오며, 이는 곧장 달러의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과거 보고서에서 “연준의 독립성 훼손은 미국 국채의 신용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으며, 실제로 이 같은 상황이 현실화될 경우, 미 국채 금리가 급등하고 외국인 투자자들이 미국 시장에 대한 신뢰를 잃을 수 있다.
JP모건 애널리스트 피터 웨스트폴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연준 의장의 해임은 연준의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리며, 이는 미국 경제 전체의 리스크 프리미엄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결국 트럼프의 파월 해임은 완전히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헌법적 제약, 정치적 후폭풍, 금융시장 신뢰의 위기라는 세 겹의 벽은 그 실현 가능성을 현저하게 낮춘다. 오히려 해임 시도 자체가 법적 다툼과 시장의 혼란을 초래하고, 트럼프 행정부의 초기 경제 정책에 부담이 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트럼프가 실제로 파월을 해임하기보다는, 내년 5월 파월의 임기가 끝날 때까지 압박을 지속하며 자신이 원하는대로 금리인하를 유도하는 전략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