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임팩트=최준영 대기자] 글로벌 무기 시장은 단순한 군사 장비의 거래를 넘어선 ‘지정학적 영향력의 투사 수단’이자, 전략적 동맹 관계의 척도로 꼽힌다. 전쟁이 끊이지 않는 세계에서 무기 거래는 수십 년에 걸쳐 특정 지역의 안보 환경, 외교 구조, 경제 구도까지 뒤바꾸는 힘을 가진다.
스웨덴의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2019~2023년 무기 수출입 통계를 발표하며 “세계 무기 시장은 팬데믹과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특히 유럽과 아시아에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압도적 무기 수출 1위 미국=SIPRI에 따르면, 2019~2023년 연간 1100억 달러(약 150조원)에 달하는 세계 무기 수출의 42%를 미국이 차지했다. 이는 이전 5개년 대비 3%포인트 증가한 수치로, 미국의 무기 수출 우위가 공고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은 F-35 스텔스 전투기, 패트리엇 미사일, M1 에이브럼스 전차 등 고가 첨단무기를 전 세계에 공급하며 가장 강력한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미국 무기의 최대 고객은 사우디아라비아로 전체 무기 수출의 16%를 차지한다. 그 뒤를 이어 일본, 한국, 호주, 폴란드 등이 미국 무기의 우수고객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글로벌 군사전문매체 디펜스 뉴스는 “미국의 무기 수출은 단순한 상업적 판매가 아니라, 동맹국에 대한 영향력 확대 전략의 일환이며, 러시아·중국 견제 수단으로 기능한다”고 분석했다.
◇러시아는 2위지만 하락세=러시아는 전체 무기 수출의 11%를 차지하며 2위를 유지했지만, 수출량은 이전보다 53% 급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 제재와 기술력 한계, 국산 무기 우선 조달 정책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러시아의 최대 무기 수출 대상국은 인도이며, 알제리 중국 이집트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다만, 인도는 최근 프랑스, 미국과도 무기 협력을 확대하고 있어, 러시아 의존도가 점차 약화되고 있는 추세다. SIPRI 연구원 시몬 웨이먼은 디펜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현재 전쟁으로 인해 신무기 개발과 수출에 한계에 부딪혔고,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입지가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방산강국으로 부상 중=중국은 전체 무기 수출의 약 5.8%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기 수출 대상국은 주로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미얀마, 알제리 등 지정학적으로 서방과 거리가 있는 국가들이다.
특히 파키스탄에는 전투기(JF-17), 무인기(Wing Loong), 해군 함정을 공급하며 중국산 무기의 실전 운용 성능을 세계에 알리고 있다. 중국은 자국 무기의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아프리카, 중동, 남미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중국 군사전문 매체인 글로벌 타임즈는 “중국은 무기를 통해 외교적 신뢰를 구축하고 있으며, 자국 방산 기술의 수출은 ‘중국몽’ 실현의 중요한 수단”이라고 주장했다.
◇무기 수입국 1위는 인도=2019~2023년 무기 수입 부문에서는 인도가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인도는 전체 무기 수입의 9%를 차지하며, 중국과 국경 분쟁, 파키스탄과의 긴장 고조 속에서 무기 도입을 확대해왔다. 사우디아라비아가 2위를 차지했으며 카타르, 우크라이나, 파키스탄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아시아 국가들은 중국 견제를 위해 미국, 프랑스, 이스라엘 등으로부터 최신 장비를 대량 구매하고 있으며, 중동은 여전히 무기 수입의 최대 시장 중 하나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영국산 무기 도입 외에도 자체 방산 산업 육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K방산의 약진=한국은 무기 수출 순위에서 세계 9위권을 기록하고 있으며, 폴란드, 아랍에미레이트(UAE), 인도네시아 등을 주요 수출국으로 확보했다. 특히 폴란드와의 K2 전차, K9 자주포, FA-50 수출 계약은 방산업계에서 ‘게임 체인저’로 평가받는다.
밀리터리 밸런스의 저자이자 군사 전문가 리처드 애비슨은 “한국은 가격 경쟁력과 기술의 균형을 바탕으로 동유럽과 동남아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으며, 향후 세계 5대 방산국 진입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무기 수출입이 단순한 경제 거래가 아니며, 신뢰, 안보 협력, 외교적 메시지의 복합물이라고 규정한다. 누가 누구에게 무기를 파는가에 따라 그 나라의 외교 지향점과 전략 동맹 구도가 판가름난다는 것이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아시아담당 엘리나 노리엘 연구원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무기 거래는 국가 간 동맹 구조의 DNA다. 무기 거래가 확대된다는 건, 정치적 줄서기가 더 명확해진다는 뜻이다. 특히 아시아와 유럽에서의 무기 구매는 단기 군비가 아닌, 중장기적 진영 재편 신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