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임팩트=박종국 기자] “해군 최초 잠수함 출신 총장” “조용하지만 강한 리더” 2023년 10월, 대한민국 해군은 역사상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해군 창설 이래 처음으로 잠수함 승조원 출신의 해군참모총장, 양용모 대장이 임명된 것이다. 그가 걸어온 길은 조용했지만, 대한민국 해군의 조직문화와 작전방식에 있어서는 매우 상징적인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충북 보은의 소년, 바다를 품다=양용모 총장은 1967년 충청북도 보은군 회인면에서 태어나 경기도 광주시에서 성장기를 보냈다. 서울 건국대학교사범대학부속고등학교(건대부고)를 졸업한 뒤, 1986년 해군사관학교(44기)에 입교했고, 1990년 수석 졸업과 함께 해군 소위로 임관했다.
수석 졸업이라는 화려한 출발 이후 대부분의 장교들이 수상함, 특히 구축함 등 화력 중심 전력에서 경력을 쌓는 것과 달리, 양 총장은 잠수함 승조라는 길을 자청했다. 장기적으로는 해군 내 작전 다양성을 넓히는 전환점이자, 깊이 있는 전략 운영 경험의 바탕이 됐다.
◇작전·인사·연합 경험을 모두 갖춘 균형형 리더=양 총장은 현장 지휘, 전략 기획, 연합 작전의 3대 축에서 고르게 경험을 쌓은 인물이다. 중령 시절 최무선함 함장을 거쳐 대령 때는 하와이 주호놀룰루 총영사관 국방무관을 역임하며 외교 안보 감각을 키웠고, 제91잠수함전대장, 해군본부 비서실장을 두루 거쳤다.
장군 진급 이후에는 생도대장(준장), 국방부 국방운영개혁추진관, 제2함대 부사령관 등 실전과 기획 모두를 경험했으며, 한미연합군사령부 인사참모부장, 합참 군사지원본부장 등을 거치며 연합작전과 자원운용까지 통달한 ‘전천후 참모형 장군’으로 평가된다.
특히 해군 인사참모부장직을 두 차례나 수행한 점은, 해군 내부 인사 체계와 조직 개편의 핵심 조율자로서 그가 가진 신뢰를 보여준다.
◇"말보다는 묵직한 실천" 해군의 방향을 바꾸는 사람=양 총장의 리더십은 ‘조용한 결단’으로 요약된다. 해상초계기 추락사고 희생자 영결식에서 그는 마지막 연설 중 울먹이며 눈물을 보였고, 이는 언론에 “감정과 조직을 모두 품는 지휘관”이라는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내부 평가에서도 “지시보다는 설득, 명령보다는 모범”이라는 평가가 많다. 해군 장교단 사이에서는 ‘움직이는 수석’, 즉 언제나 묵묵히 조직을 끌고 가는 존재로 기억된다.
양 총장은 해군참모총장으로서 해양강국을 위한 ‘3대 구상’을 강조했다. 잠수함 전력 강화, 무인전력 체계 도입, 병력 구조 및 훈련 개편이 그것이다.
그는 직접 잠수함전대장과 잠수함사령관을 지낸 만큼, SLBM 탐지·회피·탑재 기술의 내재화와 차세대 잠수함 도입 속도전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또 수중·수상 드론, 자율운항 감시체계 등 AI 기반 해상 감시작전 체계 구축을 본격화했으며, 해상 무인화의 초석을 다지고 있다.
아울러 인사참모 시절부터 강조해온 실전형 전투요원 중심 조직 재편을 현실화하고 있다. 특히 병영 생활개선과 훈련 자동화 시스템, 3D 해양 가상훈련센터 등의 도입을 강하게 밀어붙이는 중이다.
◇‘대양해군’ 구상의 중심에 선 총장=이재명 정부는 ‘해양주권 방어 강화’와 함께 동남아·남중국해 인접 해역까지의 작전 반경 확대, ‘대양해군’ 구상을 중점 추진 중이다. 이에 따라 해군의 역할은 단순한 국토방위에서 지역 안정 기여군·전략 억제 전력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잠수함 작전 경험과 인사·연합작전 실무 경험이 있는 양 총장은 해군의 진화 방향을 설계하는 데 최적의 인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양용모 총장은 함포가 터지지 않아도, 함대가 움직이지 않아도 바다가 움직이는 이유를 아는 사람이다. 침묵 속에서 작전을 계획하고, 냉철한 계산으로 군을 움직이는 신뢰 기반의 전략가다.
그가 지휘하는 대한민국 해군은 지금, 단순한 군종(軍種)이 아니라 국가전략의 핵심 플레이어로 변신 중이다. 이 조용한 수장이 바닷속에서 길러온 인내와 전략이, 이제 대한민국 안보를 움직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