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

[뉴스임팩트=이나현기자] 삼성중공업이 중국에 선박건조를 맡기는 선택을 했다. 미 트럼프발 중국제재가 거세지는 상황에서 되레 미국의 반발을 야기할 수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도크 부족 문제를 중국 조선소에 선박 건조 하청을 주는 방식으로 해결하고 있다. 지난해 조선 부문 가동률이 112%에 달할 정도로 도크가 포화상태에 이르자 해외로 건조 능력 분산시키면서 생산능력 확충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11월 그리스 선사 다이나콤탱커스로부터 수주한 수에즈막스급 유조선 건조를 중국 조선사 팍스오션에 하도급 주기로 한 데 이어, 지난 9일 그리스 선사 센트로핀으로부터 수주한 수에즈막스 탱커 4척 건조도 팍스오션에 맡기기로 했다. 삼성중공업은 유조선 설계, 주요 기자재 구매, 품질보증 등 핵심 공정을 맡고, 팍스오션은 선박 건조 도크와 인력 제공을 담당하는 방식이다.

삼성중공업은 이전에도 중국 현지법인 영성유한공사를 통해 일정량의 선박블록을 제작하고 국내 거제조선소에서 최종 조립하는 공정을 채택해 왔지만, 이번에는 처음으로 건조 과정을 통째로 하청에 맡겼다는 점이 주목된다. 당초 중국과 분할 수주가 예상됐던 셔틀탱커 물량까지 싹쓸이하는 등 수주 행진이 이어지면서 3년치 일감이 쌓인 상황에서 통(統)하청으로 전략 수정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동종업계 경쟁사인 HD현대와 한화오션은 각각 베트남과 싱가포르에 직접 해외 생산 기지를 구축하면서 주문량 증가에 대응하고 있지만, 삼성중공업은 과거 해외 투자 실패 사례와 기술 유츨 가능성 등을 고려해 하청 방식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중공업 국내 거제조선소에서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을 비롯한 고부가가치 선박을 주로 건조하고, 중국 조선소에서는 유조선, 벌크선, 컨테이너선 등 일반 선박을 하도급 생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중공업은 그간 도크 용량의 한계를 고려해 선별 수주 전략을 펼쳐왔지만, 중국 조선사 도크를 활용하면서 다양한 선종 수주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중국 하청 생산 시 원재료와 인건비 등에서 원가 절감이 가능해 수익성도 향상될 수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중국 하청 건조한 물량이 미국발 제재에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중국 선사 소속이거나 중국에서 건조된 선박에 대해 100~150만달러의 항만 수수료를 부과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USTR의 제재 범위에 따라 삼성중공업이 추가로 전략을 수정해야 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삼성중공업은 상황에 따라 동남아 지역 조선소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