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이 서울 강남구 삼성동 상아2차를 재건축한 래미안 라클래시.@출처=연합뉴스

[뉴스임팩트=이상우기자] 올해 도시정비사업 수주에서 삼성물산 건설부문(이하 삼성물산)의 활약이 실로 눈부십니다. 연초부터 한남4구역 수주전에서 라이벌 현대건설을 따돌리더니 송파 대림가락, 신반포4차 등을 따내며 1분기 수주액 3조5000억원을 돌파했죠.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래미안(삼성물산 단지 브랜드) 파워가 유감없이 발휘됐다"며 "삼성물산이 마음만 먹으면 올해 10조원 수주도 가능하다"고 평가합니다.

다만 삼성물산의 훌륭한 성과 뒤엔 그림자도 있습니다. 삼성물산이 결정적인 순간 발을 빼거나 조합 내부 갈등을 심화시켰다는 의혹을 받은 사례가 곳곳에서 발견돼서죠.

삼성물산이 수주전 참가를 장담하다가 막판에 입찰을 포기한 도시정비사업장으로 잠실우성1·2·3차, 개포주공6·7단지가 있습니다. 두 사업장의 조합 집행부는 경쟁 입찰을 성사하고자 책임준공확약 조건을 완화하고 공사비도 인상해 가며 삼성물산을 최대한 배려했습니다. 그럼에도 삼성물산은 두 사업장에 입찰하지 않았죠. 조합 집행부가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겁니다.

방배15구역, 방배7구역은 삼성물산을 두고 조합원 간 분쟁이 커진 케이스입니다. 두 사업장의 조합 집행부는 삼성물산을 배제하려 한다는 비판을 반대 진영으로부터 받았습니다. 조합 집행부는 전혀 사실이 아니라며 억울함을 호소했고요. 건설업계에선 삼성물산이 출혈 경쟁을 피하고자 조합 집행부를 흔든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왔죠.

심지어 삼성물산이 물밑에서 경쟁사를 밀어냈다고 의심되는 사업장까지 있습니다. 반포 삼호가든5차입니다. 조합이 단독 입찰한 포스코이앤씨가 아닌 삼성물산에 수의계약을 안겨줬죠. 조합원이 삼성물산을 택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이례적 상황인 건 분명합니다.

삼성물산으로선 도시정비사업 수주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다가 전략적 판단을 했을 뿐인데 괜한 시비를 건다고 여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진위를 떠나 자꾸 논란이 벌어지는 모양새 자체가 온당하지 않습니다. 국내 최고 건설사를 자부하는 삼성물산이라면 더 그렇고요.

이별에 예의가 필요하다는 말처럼 도시정비사업 수주도 건설사가 진퇴를 분명히 해 조합원 피해를 최소화해야 합니다. 기대감을 잔뜩 조성해 놓고 손을 떼 사업을 늦추거나 조합 내부 갈등에 연루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앞으로 삼성물산이 수주 전략을 짤 때 조합원 입장을 고려하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