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18 그라울러@연합뉴스

[뉴스임팩트=이나현기자] 대한항공과 KAI가 1조 9206억원 규모의 전자전기 사업을 두고 수주 경쟁을 펼칠 전망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은 이달 말 전자전기 사업 입찰공고를 내고 제안서 평가와 협상을 시작할 계획이다. 올해 말 계약을 체결하고 즉시 사업 착수 수순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2034년까지 한국형 ‘그라울러’ 4대를 공군에 인도한다는 목표다.

그라울러는 평시에는 주변국의 위협신호를 수집해 분석하고, 전시에는 전자공격(재밍)을 통해 적의 통합방공망과 무선지휘통신체계를 교란·마비시키는 무기다.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무력화할 수 있어 현대전에서 승패를 결정짓는 핵심 전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 해군의 그라울러는 전투기 F/A-18F 슈퍼 호넷에 각종 전자전 장비를 탑재한 형태다. 근접·전방 지원 재밍 방식으로 아군 공격기와 함께 적진 깊숙이 침투해 직접 전자전 수행한다. 반면, 한국형 그라울러는 비즈니스 여객기 등 중·대형 항공기 기반의 원거리·후방 지원 재밍 방식으로 개발될 예정이다. 한반도처럼 좁은 영공 내에서는 전투기보다 항공기 플랫폼이 임무수행 및 운용비용 면에서 더 유리하다고 평가되어서다.

대한항공과 KAI는 모두 캐나다 봄바르디어사의 최신 기종 비즈니스 제트기 글로벌6500(G6500)를 개조할 방침이다. 대한항공은 다양한 특수임무기 개발·개조 경험과 항공기 MRO 업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강점이 있다고 분석된다. KAI는 국내 유일의 항공기 플랫폼 개발업체로, 기체 설계부터 양산까지 일괄 수행한 실적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전자전기 사업은 기체 개조 및 체계통합과 전자전 장비 개발로 구분되는 복합 개발 사업이라는 점에서 두 회사가 각각 컨소시엄을 꾸릴 가능성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항전·전자전 시스템 분야에 강점이 있는 LIG넥스원과 한화시스템이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대한항공은 LIG넥스원과, KAI는 한화시스템과 손잡을 것으로 점쳐진다. 대한항공-LIG넥스원은 백두정찰기, 항공통제기, 해상초계기 등 제품 개발을 위해 여러 번 협업을 진행해 왔다. KAI-한화시스템은 KF-21, T-50 등 전투기에 전자전 시스템을 내재화하는 사업을 함께한 이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