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국가주석@연합뉴스


[뉴스임팩트=최진우 전문기자] 시진핑 실각설이 반복되면서 한 가지 질문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만약 시진핑이 물러난다면, 그 이후 중국은 어떻게 변할 것인가.

◇시나리오① 쿠데타형 실각=이 시나리오에 따르면 시진핑은 당 내부 또는 군부의 주도 하에 갑작스럽게 축출된다. 중국 정치는 권력 교체 과정 자체가 철저히 은폐되는 특성이 있어, 외부에서는 “갑자기 나타난 후계자”만 볼 수 있게 된다. 과거 화궈펑이 마오쩌둥 사망 후 곧바로 등장했던 것처럼, ‘집단 결정’의 형식을 띤 권력 인수는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

이 경우 공산당은 체제 자체의 위기를 막기 위해 시진핑 책임론을 제한적 선에서 마무리하고, 정책 유턴을 단행할 가능성이 있다. ‘제로 코로나’나 대외 강경 노선의 수정이 그 출발점이 될 수 있으며, 대내적으로는 민생 경제 회복, 빅테크 규제 완화, 청년실업 대응 등이 급선무로 떠오를 것이다.

미국 프리덤하우스의 선임 분석가 사라 쿡은 본지의 이메일 질의에 “시진핑의 하야는 곧 체제의 조기 붕괴를 의미하진 않는다”며 “중국 공산당은 지도자 개인을 희생시켜 체제를 유지하는 전략에 익숙하다”고 지적했다.

◇시나리오② ‘명예 퇴진’ 또는 단계적 후계 체제로의 전환=보다 온건한 방식으로는, 시진핑이 건강 이상 또는 국가적 ‘쇄신’을 이유로 당내 합의에 따라 퇴진을 선언하고 후계자를 지명하는 방식이 있다.

이 경우 공산당은 ‘단결된 이양’을 과시하며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려 할 것이다. 실제로 후진타오→시진핑 이양기 때에도 ‘내부 의견 조율’이라는 형식을 통해 겉보기에는 안정적인 전환을 연출한 바 있다.

이 시나리오가 실현된다면, 리창 총리나 딩쉐샹 상무위원이 후계 후보로 부상할 수 있으며, 집단지도체제 부활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시진핑의 영향력이 배후에서 잔존할 가능성도 커 ‘푸틴-메드베데프 모델’로 흘러갈 수 있다.

싱가포르국립대(NUS) 리콴유공공정책대학원 알프레드 우 교수는 “명예 퇴진 시나리오는 중국 체제 안정성에 가장 이상적인 경로지만, 이는 시진핑의 스스로의 판단에 전적으로 달렸다”고 설명했다.

◇시나리오③ 실각은 없다, 오히려 더 강해지는 통제국가=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역시 ‘실각 없음’이다. 현재까지 시진핑에 대한 실질적인 도전세력은 존재하지 않고, 군부 숙청과 정보기관 장악은 여전히 그의 권력 공고화를 뒷받침하고 있다. 시진핑은 오히려 이러한 실각설을 역이용해 반대 세력을 솎아내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

이 경우 중국은 향후 더욱 강화된 통제국가, 즉 디지털 감시와 언론 통제, 국유경제 확대 등 ‘신중국 권위주의’ 모델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대외적으로도 미중 패권 경쟁 구도는 더 격화되고, 대만 문제에 있어서도 무력시위와 같은 긴장 국면이 지속될 수 있다.

◇시진핑 이후, 국제사회는 어떻게 반응할까=시진핑 체제가 끝날 경우, 글로벌 시장과 외교 전선에서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미국은 대중 전략 조정을 위해 일시적으로 유화 제스처를 보일 수 있지만, 후계 체제가 어떤 방향을 택하느냐에 따라 다시 긴장이 고조될 가능성도 있다.

일본과 유럽은 공급망 재편, 방위전략 조정 등에서 일시적 혼란을 겪을 수 있으며, 한국은 대중 수출 비중과 북한 문제 등에서 민감한 조정 국면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조지워싱턴대 로버트 서덜랜드 교수는 디펜스 뉴스에 게재한 기고를 통해 “시진핑의 부재는 일시적 불확실성으로 보일 수 있지만, 구조적 리스크는 오히려 더 확대될 수 있다”며 “중국의 체제는 개인이 사라져도 본질적으로 바뀌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시진핑의 실각 여부와 관계없이,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중국 체제가 앞으로 어떻게 진화하느냐’는 것이다. 그가 물러난다고 해도, 이미 그가 만들어 놓은 통제 시스템, 정치 질서, 외교 전략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오히려 ‘시진핑 없는 시진핑 체제’가 더 위협적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