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2구역 재건축 조합 표지.@뉴스임팩트

[뉴스임팩트=이상우기자] 압구정2구역 재건축 조합이 입찰 참여를 포기한 삼성물산 건설 부문(이하 삼성물산)을 소식지로 정면 비판했다.

압구정2구역은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434번지 일대 압구정 신현대9·11·12차 1924가구를 가리킨다. 재건축이 완료되면 2570여가구로 확장된다. 공사비는 2조8000억여원이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시공권을 두고 겨뤘다. 하지만 지난달 20일 삼성물산이 전격적으로 입찰 의사를 접으면서 현대건설의 수주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15일 뉴스임팩트는 지난달 말 발행된 압구정2구역 조합 소식지를 입수했다. 해당 유인물엔 삼성물산이 "글로벌 랜드마크 조성을 어렵게 만드는 이례적 입찰 조건"이라고 밝힌 대안 설계 범위 제한, 모든 이자율 CD 금리+가산금리 형태로 제시, 이주비 담보인정비율(LTV) 100% 이상 제안 불가, 추가 이주비 금리 제안 불가, 기타 금융 기법 활용 제안 불가 지침의 정당성을 논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CD는 양도성 예금 증서(Certificate of Deposit)다. 양도성 예금 증서는 은행이 자금을 조달하고자 발행한다. 시장에서 사고팔 수 있다. CD 금리는 변동금리 대출의 기준 금리로 이용된다. LTV(Loan to Value)는 자산 담보 가치에 대한 대출 비율이다.

압구정2구역 조합 소식지 1.@압구정2구역 조합원 제보

압구정2구역 조합은 삼성물산 주장을 하나하나 반박했다. 조합은 "CD 금리+가산금리로 이자율을 적시하라고 못 박은 건 제안을 견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라며 "숫자가 아닌 '금융 조달 시점의 시중은행 최저 대출금리' 같은 말로 이자율을 설명하면 비교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어 "삼성물산은 지난 1월 서울 용산구 한남4구역 재개발 수주전에서 이자율을 CD 금리+0.78%로 제시했다"며 조합이 무리한 요구를 한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압구정2구역 조합은 이주비 LTV 100% 이상 제안 불가에 대해선 "LTV 한도를 늘리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며 "예컨대 담보 가치가 100억원인 가구를 소유한 조합원이 LTV 150%를 적용받아 이주비 150억원을 빌린 후 파산하면 담보 가치를 초과하는 50억원을 조합이 갚아야 한다. 결국 조합원 부담이 커진다"고 했다.

아울러 압구정2구역 조합은 "기본 이주비와 추가 이주비 금리를 동일하게 맞추기 위해 추가 이주비 금리 제안을 막았다"고 했다. 기본 이주비는 조합원 개인이 LTV 50%로 금융기관에서 대출받는다. 추가 이주비는 조합이 조합원들에게 이주비를 더 빌려주는 개념이다. 조합은 시공사의 지급 보증을 받은 뒤 금융기관으로부터 추가 이주비 재원을 대출받는다.

통상 주택담보대출을 너무 많이 받아 기본 이주비론 이사가 힘든 조합원이 추가 이주비를 쓴다. 추가 이주비 금리는 기본 이주비 금리보다 연 1~2%p 높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도시정비법 시행령 제96조의2 제1항 제2호는 추가 이주비 대여 금리를 시중은행 최저 대출금리보다 낮출 수 없다고 규정한다.

압구정2구역 조합은 "일관되고 지속 가능하며 예측할 수 있는 자금 조달을 고려해 기타 금융 기법 활용을 제한했다"며 "회사채나 자산유동화증권(ABS)보다 금융권 대출이 안정적"이라고 했다.

ABS(Asset Backed Securitie)는 대출 채권, 부동산, 외상매출금 같은 기초 자산을 담보로 증권을 발행해 투자자에게서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 기법이다. 미래에 받을 금원을 미리 당겨쓸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기초 자산이 부실화하면 예측 불가능한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압구정2구역 조합 소식지 2.@압구정2구역 조합원 제보

압구정2구역 조합은 대안 설계 제한에 관한 삼성물산의 불만을 일축했다. 서울시와 협의한 한강 스카이라인을 지켜야 사업에 지장이 생기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대안 설계는 조합이 만든 원안 설계를 대신해 시공사가 제시한다. 정비 계획에 포함된 건폐율, 용적률, 정비구역 면적, 최고 높이를 유지하면서 시공사가 창의적 건축 디자인과 혁신적 기술을 사용해 대안 설계를 구성한다. 스카이라인은 하늘과 고층 건물 윤곽선이 어우러져 형성되는 경관이다.

압구정2구역 조합은 "삼성물산이 동 개수를 줄이는 대안 설계를 해오겠다고 했다. 이는 조합이 서울시와 합의한 한강 스카이라인을 무너뜨리겠다는 의미다. 1개 동만 제거하더라도 동 전체 설계가 바뀌어 스카이라인이 달라진다"며 "정비 계획 인허가 과정에서 너무나 고충이 컸다. 스카이라인을 무시하는 설계는 절대 허용할 수 없다"고 했다.

더불어 압구정2구역 조합은 삼성물산이 수주 가능성을 낮게 판단해 철수한 것 아니냐는 의견을 제기했다. 조합은 "대의원 회의 결과 입찰 지침이 86% 찬성이라는 압도적 지지를 받아 통과되자 삼성물산이 불리한 판세로 여겨 손절을 결정했다고 추측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