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에 들어서는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흰 와이셔츠를 입은 여성이 구연경 대표다.@뉴스임팩트
[뉴스임팩트=이상우기자]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윤관 블루런벤처스(Blue Run Ventures·BRV) 대표 부부 재판에서 검찰이 2023년 4월 11일을 집중적으로 거론했다. 이날 구연경 대표 부부가 연루된 미공개 정보 주식 매입 사건을 판가름하는 결정이 이뤄졌다는 이유에서다.
구연경 대표는 고(故) 구본무 LG그룹 선대 회장 큰딸이다. BRV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기반을 둔 글로벌 벤처 캐피털이다. 재계는 LG그룹 유산 상속 소송에서 윤관 대표를 주목하고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맞붙은 구연경 대표, 김영식 여사를 윤관 대표가 돕고 있다는 게 재계 관계자들의 관측이다. 김영식 여사는 구본무 선대 회장 아내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김상연 부장판사)는 피고인 구연경 대표 부부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심리하는 2차 공판기일을 지난 15일 열었다.
검찰은 지난 1월 구연경 대표 부부를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코스닥 상장사인 바이오 업체 메지온의 유상증자 관련 미공개 중요 정보를 활용해 부당 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미공개 중요 정보는 투자자의 투자 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보이자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되기 전 정보다. 자본시장법 제174조는 회사 임직원, 주주, 인허가권자, 계약 체결자 등이 미공개 중요 정보에 기반해 증권이나 파생상품을 사들이는 행위를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2차 공판에선 최범진 클로버인베스트먼트 대표가 증인 신문을 받았다. 그는 여러 금융 기관을 거친 투자 전문가로 2019년 1월부터 2023년 10월까지 BRV코리아 부대표를 지냈다. BRV코리아가 유망 투자처를 발굴해 안건을 올리면 BRV캐피탈 투자심의위원회가 최종 투자 결정을 내린다. BRV캐피탈 투자심의위 3인 멤버 가운데 한 사람이 윤관 대표다.
검찰은 최범진 대표를 상대로 2023년 4월 11일 메지온 유상증자에 대한 BRV캐피탈의 500억원 투자가 사실상 결정된 것 아니냐고 반복해서 질문했다.
2023년 4월 11일이 주목받는 까닭은 하루 뒤인 12일 구연경 대표가 6억4992만여원을 들여 메지온 주식 3만5990주를 사들였기 때문이다. 검찰은 구연경 대표가 BRV캐피탈의 투자 결정을 윤관 대표에게서 듣고 주식을 매집한 것으로 여긴다.
최범진 대표는 "메지온과 BRV캐피탈이 투자 금액을 두고 견해차가 컸는데 2023년 4월 11일 BRV캐피탈 의중이 반영돼 투자액이 500억원으로 결정됐다"면서도 "동반매도청구권, 사전동의권 쟁점이 미합의 상태였다"고 했다. 다만 최범진 대표는 그 시점에서 BRV캐피탈의 투자 가능성이 높은 건 맞다고 했다.
동반매도청구권은 다수 주주가 지분을 제삼자에게 매각할 경우 소수 주주도 함께 주식을 팔 수 있는 권리다. 사전동의권은 회사가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때 투자자 찬성을 얻어야 한다는 규정이다.
검찰은 "2023년 4월 11일 투자액 500억원에 동의하는 메지온 답변을 받은 증인이 사흘 후인 14일 BRV캐피탈에 투자심의위를 열자는 이메일을 보내지 않았나"고 물었다. 최범진 대표는 "텀싯 협의가 끝나 투자심의위 개최 요건이 충족됐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BRV캐피탈 투자심의위는 2023년 4월 17일 메지온 투자안을 승인했다. 텀싯(Term Sheet)은 스타트업 투자나 기업 인수·합병에서 본 계약 체결 전에 투자 조건을 비롯한 핵심 사항을 명시하는 일종의 합의서 혹은 계약서 초안이다.
검찰은 "메지온 투자를 증인이 전부 총괄했나. 아니면 윤관 대표한테 보고하고 진행한 건가"라고 질의했다. 최범진 대표는 "텀싯의 주요 내용을 윤관 대표에게 확인받았다"고 했다.
다음 공판기일은 오는 9월 9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