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임팩트=이정희 기자] 디지털 자산의 대표주자 비트코인이 채굴의 마지막 구간에 진입했다. 총 발행 한도 2100만 개 중 94% 이상이 이미 시장에 나왔고, 현재 남은 채굴 가능 수량은 약 122만 개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희소성 완성’이라는 상징성과 함께, 향후 네트워크 구조 변화에 따른 기술적·경제적 도전도 함께 주목하고 있다.

◇“남은 6%, 그 이후는 없다”=블록체인닷컴에 따르면 6월 기준 비트코인의 누적 채굴량은 1978만 개를 돌파했다. 비트코인은 알고리즘적으로 최대 발행량이 2100만 개로 제한되어 있으며, 채굴 보상이 약 4년마다 절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 메커니즘을 거친다. 이 같은 구조는 금과 유사한 희소성을 부여하며, 최종 채굴 시점은 2140년경으로 예측된다.

디지털 자산 운용사 갤럭시 디지털의 알렉스 손더스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은 디플레이션 자산의 전형”이라며 “완전 채굴은 희소성의 정점을 의미하고, 이는 가격 급등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금과 비교하며 “금은 물리적으로도 희귀하지만, 여전히 소량의 공급이 계속된다. 반면 비트코인은 채굴이 완전히 멈추는 순간이 존재하며, 이 차이가 가격에 미치는 영향력은 훨씬 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수익구조 변화, 채굴자 앞으로 뭘로 먹고 사나=비트코인의 채굴 생태계는 향후 큰 전환점을 맞이할 예정이다. 현재 채굴자들은 블록 생성 보상과 함께 거래 수수료를 받아 수익을 얻고 있으나, 채굴 보상이 사라지면 거래 수수료만이 유일한 수입원이 된다.

영국 블록체인 보안기업 엘립틱의 엠마 그랜트 수석 분석가는 “채굴 완료 이후에는 네트워크를 유지할 경제적 동인이 줄어들 수 있다”며 “수수료 시장이 충분히 성숙하지 못한 상황에서는 해시레이트 하락과 보안 취약성이 동시에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향후 가격 전망에 대해 시장은 낙관론과 회의론이 공존한다. JP모건은 최근 보고서에서 “공급이 제한된 구조와 기관투자자 유입이 결합되면 장기적으로 가격은 상승 쪽에 무게가 실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예일대 경제학자 제프리 해리스 교수는 “공급 제한은 중요한 요소지만,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가격 논리는 무너질 수 있다”며 “정책 리스크나 경쟁 기술의 등장 등 외부 변수가 더 결정적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기술과 정책의 진화가 ‘디지털 금’ 완성 좌우=남은 6%는 숫자 그 이상이다. 채굴 완료가 단순한 기술적 이벤트를 넘어, 비트코인이 진정한 가치 저장 수단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분기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채굴 보상의 종료는 비트코인의 청년기를 지나 성숙기로 진입하는 신호”라며 “향후 생태계 인센티브 재설계와 보안 체계 강화, 정책적 수용 여부 등이 비트코인의 미래를 결정짓게 될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