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K9자주포@뉴스임팩트


[뉴스임팩트=박종국 기자] 한국의 대표적인 방위산업 성공사례인 K-9 자주포가 이제 세계 최대 군수시장을 자랑하는 미국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미국이 자국산 자주포 시스템인 M109A6 ‘팔라딘’의 노후화에 직면한 상황에서, 가격 대비 성능과 검증된 전력, 그리고 연합군 운용의 상호운용성을 고려한 선택지로 K-9의 도입을 적극 검토 중이라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K-9, “팔라딘의 시대를 넘어서다”=미국은 수십 년간 자국산 M109 시리즈를 자주포 주력으로 활용해왔으며, 가장 최신형인 M109A6 팔라딘은 걸프전 이후 여러 차례의 개량을 거쳤다. 그러나 현대전의 속도와 화력 집중 개념, 그리고 동맹국과의 상호작전성을 고려할 때, 팔라딘은 사거리와 연사 속도, 자동화 기능에서 한계를 보이고 있다.

반면 K-9 자주포는 완전 기계화된 장전 시스템과 자동화된 사격통제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기동 중 1분 이내 첫 탄 발사, 15초 내 급속사격 3발, 3분간 분당 6발 사격이 가능한 높은 실전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는 현대 전장의 핵심 전략 중 하나인 ‘Shoot & Scoot’ 전술에 완벽히 부합하는 성능이다.

미국의 군사전문매체 디펜스 뉴스는 최근 보도에서 “미국 육군이 차세대 자주포 사업(ERCA)의 중단 이후 실질적 대안으로 동맹국의 무기체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며, “한국의 K-9은 이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국가들과의 실전적 연합훈련을 통해 신뢰를 얻었으며, 특히 기동성과 가격, 유지보수 측면에서 미국이 당면한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력 후보”라고 평가했다.

◇독일 PzH2000과 비교해도 실용성 앞서=세계 최강 자주포로 알려진 독일의 PzH2000은 연사 속도, 사거리, 자동화 수준에서 높은 평가를 받지만, 복잡한 유지보수, 무거운 중량, 고가(100억 원 이상)라는 점에서 실전운용과 수출 시장에서 제약이 있었다. 특히, 최근 노르웨이 극지 실험에서 시동이 걸리지 않는 결함이 노출되며 신뢰성에 타격을 입었다.

반면 K-9은 대당 40억 원 수준의 비교적 저렴한 가격과 함께, 2000여 문 이상 보급된 대량 운용 실적, 폴란드·인도·터키 등 다수의 수출 국가, 국내외 유지보수 라인의 안정성으로 PzH2000과 차별화된 실용적 강점을 보여준다. 이는 미 육군이 실전에서 즉시 활용 가능한 수준의 무기체계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요소다.

◇미국이 주목하는 ‘확장성과 연합 운용성’=미 육군은 나토 회원국과의 연합작전에서 무기체계 통합이 용이한 점을 점점 더 중요시하고 있다. 이미 K-9은 폴란드, 에스토니아, 노르웨이, 핀란드 등 나토 동맹국들에 채택되며 운용 데이터와 상호 작전성이 검증되고 있다. 특히 미국과 연합작전 경험이 많은 인도, 호주에도 판매된 전력이라는 점은 미국이 향후 군사적 개입 시 K-9을 통해 작전 통합을 원활히 이끌 수 있다는 강점으로 작용한다.

영국의 군사전문지 제인스 디펜스 위클리는 “미국은 그동안 ‘자국산 우선’ 원칙을 고수했지만, 실질적 성능과 연합작전 효과, 비용 문제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K-9의 도입은 매우 실용적 대안”이라며 “특히 방산산업이 첨단화·민간화되는 흐름 속에서 한국 K-9의 성공은 동맹국 간 무기 상호 도입의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K-9 글로벌 플랫폼화’ 현실로=K-9은 현재 세계 자주포 시장의 50% 가까이를 점유하고 있으며, 유럽·아시아·중동·오세아니아까지 확산되는 중이다. 미국까지 도입국에 포함된다면 이는 단순한 수출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K-9이 글로벌 공통 플랫폼 무기체계로 자리잡게 된다는 의미다.

이는 향후 업그레이드 및 파생형 무기 개발, 무인화·AI 접목 등 차세대 지상전력 발전에서 한국의 주도권 확보 가능성을 시사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국 방산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의 도입 논의가 공식화되면, K-9은 성능은 물론 체계적 산업기반이 갖춰진 전략무기라는 사실을 입증하게 될 것”이라며 “이는 K-방산이 기술 신뢰를 바탕으로 글로벌 주류로 진입한다는 강력한 신호”라고 말했다.

미국이 K-9 자주포를 도입할 경우 이는 단순한 방산 계약을 넘어 전 세계 자주포 시장의 판도를 재편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가격·운용성·확장성에서 강점을 지닌 K-9이 미국의 선택을 받는다면, ‘메이드 인 코리아’ 무기체계의 위상은 새로운 차원으로 올라서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