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일방주의적 국정 운영에 반대하는 시위가 워싱턴 DC 내셔널 몰에서 열리고 있다@연합뉴스
[뉴스임팩트=최진우 전문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스스로를 경제전문가로 자처하며, 침체된 미국 경제를 되살리겠다는 공약으로 작년 대선에서 승리했다. 그는 취임과 함께 여세를 몰아 전세계를 상대로 관세전쟁을 선포하며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기치를 내걸었다. 하지만 일관성 없는 발표와 번복, 협상과 압박이 교차하는 과정에서 “트럼프가 진정한 경제 전문가인가”라는 의문이 커지고 있다.
◇‘트윗 경제학’의 탄생, 예측 불가능한 정책 발표=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정책은 전통적인 워싱턴식 접근과는 사뭇 달랐다. 그는 주로 X(트위터)나 자신이 만든 소셜 트루스를 통해 정책을 먼저 발표하거나 번복하며, 시장에 큰 혼란을 야기했다. 관세 발표 이후 철회를 하거나, “딜이 임박했다”는 말 다음 날 “협상은 없다”는 선언이 반복되며 글로벌 시장에는 ‘트럼프 리스크’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영국 런던정경대(LSE)의 마이클 스펜서 교수는 “트럼프의 무역 정책은 전략이라기보다는 충동의 연속처럼 보인다”며, “그는 정책 결과보다는 단기적 정치효과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제학자이자 전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모리스 옵스펠드는 “시장과 기업은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원한다. 하지만 트럼프는 정반대의 방식으로 시장을 움직였다”며, “이는 경제 안정성에 매우 해로운 접근”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식 관세 전술의 목적, 협상력 vs 정치적 쇼?=트럼프 대통령은 1기 행정부 당시부터 관세 부과를 협상용 카드로 활용해 왔다. 중국을 압박하고 멕시코, 유럽, 심지어 캐나다와의 무역 협정 재조정을 이끌어내기 위해 관세를 무기화한 것이다. 그러나 이 방식은 미국 기업과 소비자에게도 큰 부담을 안기는 부메랑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는 “트럼프의 대중 관세가 미국 기업의 생산비용을 평균 5~10% 상승시킬 수 있으며, 이는 결국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트럼프 1기 때인 2019년 미국의 일반 소비재 가격은 같은 해보다 평균 1.9% 상승했는데, 이는 관세와 무관치 않다는 평가다.
월가에서는 트럼프의 전략을 “혼돈을 통한 협상(Deal-making by chaos)”라고 부르기도 한다. 골드만삭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재니스 탄은 “트럼프의 방식은 상대국뿐 아니라 미국 내부 경제주체들도 혼란스럽게 만든다”며, “이는 무역의 협상력보다는 정치적 이벤트처럼 보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시장의 싸늘한 반응은 신뢰저하로 이어져=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정책은 글로벌 금융시장에 상당한 충격을 주고 있다. 관세 관련 발언이 나올 때마다 뉴욕증시는 급락 혹은 급등을 반복했고, 국제 금리 및 환율 시장은 과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특히 10년물 미 국채 금리가 오르내리는 과정은 트럼프 행정부의 불확실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사설을 통해 “정책의 방향성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트럼프 정부의 일관성 결여”라며, “글로벌 경제는 예측 가능한 강대국을 필요로 하는데, 트럼프는 그 전제를 허물었다”고 비판했다.
중국 상하이국제문제연구원(SIIS)의 딩 위핑 박사는 “중국 입장에서 트럼프는 상대하기 가장 어려운 미국 지도자 중 한 명”이라며, “협상이 되는 듯하다가 하루아침에 국면이 바뀌는 일이 반복되며 중국 내부에서도 ‘전략보다 감정이 앞서는 인물’이라는 평가가 많다”고 밝혔다.
아이러니하게도 트럼프 관세정책과 관련해서는 미국 내 여론도 악화되고 있다.퓨리서치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58%는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미국 소비자에게 해를 끼쳤다’고 인식하고 있었으며, ‘잘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32%에 그쳤다. 뉴욕타임스는 사설에서 “트럼프는 경제적 성과를 정치적으로 극대화하려는 데 몰두하지만, 그 과정에서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과 경제정책 신뢰는 심각한 손상을 입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