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 관세를 발표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출처=연합뉴스

[뉴스임팩트=이상우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 관세 발표가 세계를 격랑 속으로 밀어 넣고 있다. 일각에선 이번 관세 폭탄이 2차 세계대전 이후 지속된 벨 에포크(Belle Époque)의 종말을 나타낸다는 비관적 전망이 나온다.

상호 관세는 교역 상대국의 관세 장벽만큼 미국 역시 관세를 올리겠다는 정책이다. 벨 에포크는 프랑스어로 아름다운 시절이란 뜻이다. 통상 19세기 말부터 1차 세계대전 직전까지 계속된 유럽의 평화를 가리키지만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수립한 자유주의 국제 질서를 의미하기도 한다.

5일 A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는 베트남 46%, 태국 36%, 중국 34%, 인도 26%, 한국 25%, 일본 24% 등의 상호 관세를 매기겠다고 지난 2일(현지 시각) 선언했다.

상호 관세의 기준은 타국이 미국산 품목에 부과한 관세다. 트럼프는 미국산 품목에 부과된 관세가 베트남 90%, 태국 72%, 중국 67%, 인도 52%, 한국 50%, 일본 46%에 달한다고 했다. 상호 관세를 통해 무역 적자를 줄이고 관세 수입을 늘리면서 미국 내 제조업 일자리까지 창출하겠다는 게 트럼프 입장이다.

하지만 상호 관세가 트럼프 의도대로 미국에 좋은 결과를 가져올진 의문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여러 경제 전문가는 무역 위축으로 인한 경기 침체가 염려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실제로 상호 관세 여파로 미국 증시가 하루 만에 대폭락하는 등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게다가 미국 내 제조업 일자리 창출은 관세와 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려우며 생산 공정 첨단화 때문에 제조업 일자리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 경제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걸로 끝이 아니다. 더 큰 문제는 트럼프가 떨어뜨린 관세 폭탄이 글로벌 경기 악화를 낳은 뒤 자유주의 국제 질서 와해와 전쟁 발발로 이어질 수 있단 점이다.

이미 선례가 있다. 1929년 대공황이 발생하자 미국은 자국 무역을 보호하겠다며 스무트 홀리 관세법을 제정해 관세율을 최대 60%까지 올렸다. 그러자 독일, 일본의 경제가 곤두박질쳤다. 두 나라에선 군국주의가 강화됐다. 결국 2차 세계대전이 터지고야 말았다.

트럼프는 세계 각국이 미국을 등쳐먹는 현실을 바꾸겠다며 관세 폭탄을 감행했다. 미국이 만든 벨 에포크를 미국 대통령이 무너뜨렸다. 미국 최대의 적은 중국이나 러시아가 아니라 미국 자신이었던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