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 회의 모습.@출처=연합뉴스

[뉴스임팩트=이상우기자] 중학생 시절 재밌게 봤던 KBS 사극이 있습니다. '태조 왕건'입니다. 후삼국시대를 끝내고 고려를 세운 왕건을 비롯해 여러 영웅이 등장하는 대서사시였죠. 방영 시기로부터 20년이 훌쩍 넘은 지금도 유튜브에서 관련 영상이 인기를 끌 만큼 대단한 작품입니다.

태조 왕건엔 호족(豪族)이라는 세력가들이 등장합니다. 왕건 역시 송악(현 개성) 호족 출신이죠. 그들은 성주 혹은 장군을 자칭하며 지방에서 왕처럼 행세했습니다. 아무도 그들을 억누르지 못 했고요. 후삼국시대는 그야말로 호족의 전성기였던 셈입니다.

오늘날에도 호족이 있습니다. 2025년에 웬 호족 타령인가 싶지만 엄연히 존재합니다. 서울 여의도 국회에 있는 의원 300명입니다. 선거로 뽑힌 의원들을 어떻게 호족에 비유하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들의 행태는 호족 못잖습니다. 어떤 견제도 받지 않는 특권층으로 군림하면서 온갖 군데에 갑질을 하니까요.

최근 여의도 호족의 안하무인을 새삼 느낀 일이 있습니다. 지난 22일 내란 특위 청문회 얘깁니다. 안규백, 윤건영 두 의원이 증인으로 출석한 현대건설 직원들을 마구잡이로 몰아세웠죠. 증인들이 대통령 관저 골프 연습 시설 공사에 대해 입을 다물자 윤건영 의원은 "조치를 취해달라"고 특위 위원장인 안규백 의원에게 요청했습니다. 안규백 의원은 "현대건설이 아주 허접한 회사 같다. 법적 조치하겠다"고 답했고요.

도대체 현대건설 직원들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고개가 갸우뚱거려집니다. 건설사가 수주한 공사를 대통령 관저 시설이라고 안 해야 할까요. 게다가 뻔히 보안서약서에 서명했는데 무슨 언급을 할 수 있습니까. 그런데도 윤건영, 안규백 의원은 법적 조치를 운운한 데다 '허접한'이란 속된 표현까지 썼습니다. 자기들은 특별한 존재이므로 기업 상대로 아무 말이나 해도 된다는 특권 의식이 아니면 나올 수 없는 언행이죠.

고려 건국 후 교만함을 버리지 못 한 호족 대부분이 비참한 결말을 맞았습니다. 뿌린 대로 거둔 거죠. 의원들이 우월감에 빠져 분별력을 잃을수록 호족과 비슷한 처지가 될 겁니다. 이제라도 그들이 역사에서 교훈을 배우고 반성하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