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임팩트 논단] LG 김영식 여사와 운명의 갈림길
LG家 분열 주범 혹은 화합의 마중물… 모두 사는 길 택해야
이상우
승인
2024.11.15 01:00 | 최종 수정 2024.11.15 07:57
의견
0
[뉴스임팩트=이상우기자] 다사다난한 갑진년 푸른 용의 해도 어느덧 한 달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완연한 겨울로 접어드는 가운데 재계에서 유독 가슴이 스산한 인물이 한 명 있습니다. 고(故) 구본무 LG그룹 선대 회장의 아내 김영식 여사입니다.
김영식 여사는 올해 내내 조카이자 양아들인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충돌했습니다. 구본무 선대 회장 유산 상속 소송 때문에요. 지난해 김영식 여사가 두 딸인 구연경 LG복지재단 이사장, 구연수 씨와 함께 구광모 회장을 상대로 낸 소송입니다. 정식 변론 전 준비 절차만 1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을 만큼 신경전이 치열한 상황이죠.
다만 기세 좋게 법정 공방을 밀어붙였어도 김영식 여사는 갑갑한 처지입니다. 여론은 2018년 구본무 회장이 별세했을 때 유산 배분을 다 끝낸 마당에 이제 와서 소송전을 벌이는 이유가 뭐냐고 의문스러워합니다. LG그룹 총수 일가 구성원들은 김영식 여사가 가풍인 인화(人和·여러 사람이 서로 화합함)를 깼다며 분노하고요.
일각에선 김영식 여사와 구연경 이사장이 윤관 블루런벤처스 대표에게 휘둘린다는 의혹까지 제기됩니다. 윤관 대표는 벤처캐피털 전문가로 구연경 이사장 남편입니다. 기업 분석, 투자에 밝은 윤관 대표가 장모와 아내를 앞세워 LG그룹에 대한 야망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거죠.
개인적으로 윤관 대표 배후설은 에누리해서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윤관 대표가 유산 분쟁을 기획했다손 쳐도 그에게 힘을 실어준 사람은 김영식 여사였을 테니까요. 분쟁의 원인 제공자는 엄연히 김영식 여사란 얘깁니다.
김영식 여사 입장이 이해가 가는 점은 있습니다. LG그룹 대권이 구광모 회장에게 가버린 판에 자신마저 세상을 떠나면 두 딸이 완전히 잊힐 수 있다고 우려했을 테죠. 양아들과 다퉈 격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더라도 어머니로서 딸들에게 뭔가 든든한 기반을 마련해주고 싶은 게 김영식 여사 속내 아닐까요.
하지만 김영식 여사의 과격한 결정으로 인해 LG그룹이 흔들리고 총수 일가도 큰 생채기를 입은 건 명확한 사실입니다. 김영식 여사가 유산 분쟁을 지속할수록 기업과 가족의 위기가 심화하겠죠.
아직 문제를 해결할 선택지는 있습니다. 김영식 여사가 소송을 취하한 다음 구광모 회장과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는 방안입니다. 그가 지나친 요구를 삼가면서 두 딸의 장래를 살펴달라고 하면 구광모 회장이 외면할까요. 아니겠죠. 양어머니 뜻을 이해하고 여동생들에게 최대한 호의를 베풀 겁니다. 2018년 유산 배분 때도 경영권 행사에 꼭 필요한 주식 외 다른 재산은 양어머니와 두 여동생에게 모두 넘겨줬을 만큼 가족을 아끼는 이가 구광모 회장이니까요.
김영식 여사 앞엔 운명의 갈림길이 펼쳐져 있습니다. 소송을 고집하면서 가족을 분열시키는 길이 한 쪽에 있죠. 다른 쪽엔 화합으로 모두가 사는 길이 있고요. 사리 분별을 할 줄 안다면 어떤 길을 가야 할지는 너무나 분명합니다. 김영식 여사가 이제라도 올바른 판단을 하길 기대합니다.
저작권자 ⓒ 뉴스임팩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