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사익추구 안돼" 영풍 "약탈적 인수" 받아친 고려아연
회계 장부 열람 가처분 심문 진행… 재판부, 내달 20일 이후 결론
이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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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03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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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임팩트=이상우기자] 75년 동업을 청산하고 경영권 분쟁 중인 영풍과 고려아연이 법정에서 세게 맞붙었다. 영풍 측 대리인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회사를 사익 추구에 동원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려아연 측 대리인은 "영풍이 사모펀드와 공조해 약탈적 인수를 시도하고 있다"고 맞받았다.
영풍과 고려아연은 영풍그룹 소속 비철금속 회사다. 영풍그룹은 공정거래위원회 기준 국내 32위 대기업 집단이다. 1949년 고(故) 장병희, 고 최기호 창업주가 영풍그룹을 창업한 이래 공동 경영을 해왔지만 2022년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고려아연을 이끄는 최윤범 회장이 장씨 집안 영향력에서 벗어나 독자 경영을 하길 원해서다. 최윤범 회장은 최기호 창업주 손자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1부(김승정 부장판사)는 회계 장부 열람·등사 가처분 심문기일을 지난 2일 열었다. 채권자 영풍, 채무자 고려아연이다. 민사집행법상 가처분 신청자가 채권자, 상대방이 채무자다. 가처분은 법원에 어떤 행위를 임시로 요구하는 제도다.
장씨 집안, 최씨 집안 모두 우호 세력까지 더해 30%대의 고려아연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영풍 측은 MBK파트너스와 힘을 합쳐 고려아연 주식을 공개 매수하고 있다. 이에 맞서 고려아연 측도 대항 공개 매수에 나서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지난 2일 심문 때 영풍 측과 고려아연 측은 상대방에 대해 거친 공세를 펼쳤다. 영풍 측은 "최윤범 회장은 친구가 운영하는 사모펀드 원아시아파트너스에 5000억원이나 투자해 큰 손실을 봤다"며 "그가 5800억원이나 들여 인수한 미국 전자폐기물 재활용 기업 이그니오(Igneo)는 부실 의혹을 받는다"고 했다. 고려아연 회삿돈을 최윤범 회장이 헛되이 날렸다는 의미다.
아울러 영풍 측은 최윤범 회장의 잘못된 경영 판단, 부정행위를 가리려면 가처분이 인용돼 회계 장부를 열람·등사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려아연 측은 "영풍 측이 고려아연 경영권을 탈취하려 한다"며 "본업인 제련 사업 실적이 부진하자 호조세인 고려아연을 노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더불어 고려아연 측은 "투자는 일부 손실이 발생했다고 위법이 아니다. 이그니오 인수는 영풍 측도 찬성한 사안"이라며 "적정한 회계 장부를 제출하기 위해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심문을 종결했다. 이어 내달 20일까지 회계 장부를 비롯해 양측이 계획 중인 서면을 내라고 주문했다. 그 이후 가처분에 대한 결정이 나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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