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르포②] 타이베이 도심서 느낀 기업의 힘
반한감정 이겨내고 타이베이 주름잡는 한국 기업들… 국격 결정하는 건 기업
이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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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01:00 | 최종 수정 2024.09.18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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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임팩트=이상우기자] '오늘날 한 국가의 기업 수는 군함 수보다 국력을 가늠하는 잣대로서 보편타당성이 훨씬 크다.'
영국 출신 저널리스트 존 미클스웨이트가 쓴 기업의 역사란 책에 나오는 구절이다. 이 말대로 오늘날은 기업의 시대다.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는 기업을 많이 보유한 국가만이 제대로 대접받을 수 있다. 가족 여행으로 간 대만 수도 타이베이에서 이를 깨달았다.
타이베이 상업 중심지인 신이구엔 508m 높이의 초고층 빌딩 하나가 우뚝 서 있다. 타이베이 101이다. 2004년 말 개장했다. 삼성물산 건설 부문(이하 삼성물산)이 시공했다.
타이베이 101 내부는 저층부 쇼핑몰을 돌아다니는 이들, 꼭대기 층에서 야경을 감상하며 기념사진을 찍는 관람객들로 혼잡했다. 타이베이 101이 대만을 대표하는 랜드마크임을 알 수 있었다.
문득 한국 기업인 삼성물산이 대만을 상징하는 건축물을 짓도록 한 대만인들의 배포가 놀랍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많이 누그러졌다지만 아직도 대만 일각엔 1997년 한중 수교로 인한 반한 감정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반한 감정조차 이겨낼 수 있는 게 기업의 힘이라고 여겨졌다. 삼성물산의 마천루 조성 역량을 평가했기에 대만인들도 타이베이 101 공사를 맡겼을 테니까.
타이베이 101 근처엔 삼성전자 갤럭시 Z 폴드6를 광고하는 대형 간판이 있었다. 최고 품질의 제품이 반한 감정을 극복했음을 실감했다. 지난 6월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가 낸 국가별 스마트폰 출하량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 1분기 대만에서 애플을 제치고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신이구를 걷다가 식사를 하고자 타이베이 101 지하 1층 푸드코드에 들어갔다. 중화요리점이 대부분이었지만 한글로 쓴 메뉴판을 전시해 둔 채 비빔밥, 찌개, 삼겹살을 파는 한식집도 있었다. 심지어 교촌치킨 매장까지 있었다. 대만과 한국의 거리감이 놀랄 만큼 줄어들었음을 느꼈다.
숙소로 복귀한 뒤 TV를 켰다. 짐을 옮길 땐 몰랐는데 자세히 보니 TV가 LG전자 제품이었다. 타이베이가 한국산으로 뒤덮여 있구나 싶었다. 그만큼 한국의 높은 위상을 대만이 인정하는 셈이다. 그 위상에 이바지한 것이 삼성, LG, 교촌치킨 같은 기업이다. 듣기 좋은 백 마디 정견보다 기업의 실질적 노고가 국격을 좌우한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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