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인질사망 이스라엘선 총리퇴진 시위, 본토침공 러시아는 침묵

박종국 승인 2024.09.05 14:27 의견 0
피살된 이스라엘 인질 6명의 사진이 담긴 플래카드를 들고 있는 시위대@연합뉴스


[뉴스임팩트=박종국기자]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은 이스라엘 상황에 딱 떨어지지만, 러시아에선 통용되지 않고 있어 대조를 보이고 있다.

이스라엘과 러시아 모두 장기전쟁을 치르고 있는 국가들이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11개월째 전쟁을 벌이고 있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2년7개월째 전쟁을 지속하고 있다. 두 전쟁 모두 좀처럼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피해규모는 날로 확대되고 있다.

그런데, 전쟁이 길어짐에 따라 피해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은 극과극이다.

이스라엘에선 하마스에 억류되어 있던 인질 사망 사건을 계기로 최대규모의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반면, 러시아는 본토를 침략 당했음에도 국민들은 꿀먹은 벙어리마냥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인질 6명(한 명은 미국인)이 결국 주검으로 돌아오자, 이스라엘 시민 수십만명은 지난 1일(현지시간) 예루살렘, 텔아비브 등 주요거리로 뛰쳐나왔다. 이들은 정부를 비판하며 네타냐후 총리 사임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현지언론에 따르면 이스라엘 전역에서 최소 70만명이 시위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예루살렘 시위대는 네타냐후 총리 관저를 포위하고, 총리 사퇴를 요구했다. 텔아비브에서도 시위대가 주요 도로를 점거하면서 네타냐후 총리 사임을 촉구했다.

특히 이번 시위와 더불어 그동안 이스라엘 정부의 전쟁 수행에 적극 호응해왔던 이스라엘 최대 노동조합이 총파업에 들어간 것은 매우 상징적인 사건으로 해석된다.

이스라엘 노동자총연맹은 작년 11월 전쟁이 발발한 이후 정부의 전쟁 수행에 방해가 되지 않기 위해 활동을 잠정 중단했지만, 이번 시위를 계기로 대규모 총파업에 돌입했다. 금융, 보건, 의료, 항공업계는 2일(현지시간) 하루 동안 총파업에 들어갔다.

이스라엘 노동자총연맹은 노조원수가 80만명에 달하는 이스라엘 최대 노조다.
노동자총연맹은 시민 시위대와 달리, 네타냐후 총리사임을 촉구하지는 않았지만, 인질사망을 계기로 정부가 직접 협상에 나설 것을 요구해, 사실상 강경일변도의 네타냐후 정권에 반기를 든 것으로 해석된다.

영국 가디언은 “이번 시위가 휴전과 인질 석방을 촉구하는 움직임에 새로운 힘을 불어넣고, 네타냐후 정권을 전복하고 새로운 선거를 요구하는 운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입대하는 러시아 징집병들 @연합뉴스


반면 러시아의 경우 우크라이나가 기습적으로 러시아 영토 일부를 공격하고, 실제 군대를 동원해 접경지역 마을을 점령하고 나섰는데도, 러시아 국민들은 이렇다할 반응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사회주의 국가답게 언론통제의 영향도 없지 않겠지만, 그래도 영토를 침략 당했음에도 국내에서 시위가 벌어지지 않는 것은 서방언론 시각에서는 매우 이상하게 비쳐지고 있다.

더욱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현재 2년7개월, 무려 31개월째 전쟁을 벌이고 있어 장기전에 따른 군인과 민간인의 피해를 날로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러시아는 공식적으로 전쟁으로 인한 사망자수를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CNN등 언론들은 개전 이후 2년간 최소 12만명 이상의 군인들이 사망하고, 18만명 이상이 부상을 입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사망 6만명, 부상자 10만명 등 러시아에 비해 피해규모가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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