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터진 일본 방산비리...가와사키중공업 10년 넘게 금품 제공

정박 중인 잠수함 승조원들에게 매년 억 단위 금품과 식사 대접. 당국도 조사 착수

이정현 승인 2024.07.31 10:35 | 최종 수정 2024.07.31 10:37 의견 0
작년 가와사키중공업 고베조선소에서 열린 잠수한 하쿠게이 인도식.@가와사키중공업


[뉴스임팩트/이정현 통신원] 이번 달 3일, 일본의 잠수함 메이커 두 곳 중 하나인 가와사키중공업은 자사의 고베공장 수리파트에서 허위거래를 일으켜 비자금을 만든 후 해상자위관들에게 금품과 식사 등을 제공해왔다고 발표했다.

사측 설명에 의하면 올해 2월 오사카 국세청으로부터 신고누락 지적을 받고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허위거래와 비자금이 발각되었으며 세부 내용은 조사가 끝나는 대로 향후 다시 공표할 예정이다. 관련 추징세액은 2017년부터 2023년 3월까지만 계산하였을 때 약 6억 엔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가와사키중공업은 미쓰비시중공업과 함께 해상자위대가 운용하는 잠수함 건조와 수리를 담당하고 있다. 높은 정숙성을 가진 특수 선체와 임무수행에 필요한 전용시스템 등을 탑재하는 잠수함은 많은 노하우와 기밀정보를 필요로 하는 탓에 일본에서는 단 두 곳의 조선소만 운용되고 있다.

가와사키중공업과 미쓰비시중공업 모두 신형 잠수함 건조는 물론 매년 실시하는 연차검사와 3년에 한 번씩 실시하는 정기검사 모두 각자의 고베조선소에서 진행하고 있다. 검사기간 중 잠수함 승조원은 회사 측이 마련한 숙박시설에 체재하며 매일 잠수함으로 출근해서 사측 종업원과 함께 공동 작업에 참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발생했다. 가와사키중공업 고베공장의 수리팀이 수리에 필요한 자재 등을 조달할 때 복수의 거래처에 가짜 발주를 넣은 뒤 이 돈을 뒤로 돌려받아 잠수함 승조원들에게 금품을 제공하고 식사대접 등에 사용한 것이다.

이렇게 허위거래로 만들어낸 비자금은 매년 1억 엔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이미 10년 이상 장기간에 걸쳐 해상자위대의 잠수함 승조원들과 암묵적인 관계를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자금을 활용하여 승조원들에게 제공된 내역에 대해 사측은 상품권을 포함한 생활용품과 각종 공구들이었다고 설명하였지만 일부 매체에서는 가전제품과 게임기처럼 지극히 개인적인 물품들도 함께 제공되었다고 보도하였다.

한편 가와사키중공업은 해상자위대가 잠수함을 22척 운용체제로 증강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계기로 2013년부터 2019년에 걸쳐 고베공장에만 약 150억 엔 규모의 설비투자를 진행했다.

대형 잠수함이 들어올 수 있도록 제4수리도크를 확대했고 중간게이트를 설치해 잠수함 2척이 동시에 정비를 받을 수 있도록 했으며 이외에도 안벽을 준설하여 복수의 잠수함이 접안할 수 있게 하고 잠수함 승조원의 증원에 맞춰 이들이 머물 숙소와 식당, 회의실 등도 리모델링을 마쳤다.

하지만 이번 문제를 두고 방위성은 해상막료간부에 일반사고 조사위원회를 설치하고 잠수함 수리계약과 관련된 부적절한 행위나 승조원의 규율위반이 있었는지 조사에 착수했고 방위장비청 역시 허위거래로 인해 불필요한 예산지출이 발생했는지 등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방위장비청의 한 관계자는 “현재 국내에서 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는 곳은 두 곳밖에 없기 때문에 이 중 하나가 멈추는 일은 피하고 싶다”라며“다만 비리행위가 일상적이었다면 어디까지 영향을 미칠 것인지 가늠하기 힘들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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