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임팩트 논단] 검찰의 SPC 멍석말이, 볼썽사납다

정보 흘리기에 입원 중인 허영인 회장 전격 체포… 금도 지켜야

이상우 승인 2024.04.03 05:00 | 최종 수정 2024.04.04 10:10 의견 0

검찰 깃발.@출처=연합뉴스

[뉴스임팩트=이상우기자]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SPC그룹 임원 A 씨와 검찰 수사관 B 씨가 첫 재판을 받았습니다. 수사 정보를 주고받은 혐의 때문이죠.

기자 입장에서 첫 재판은 어느 정도까진 예상할 수 있습니다. 검찰이 공소 사실을 밝힌 뒤 피고인 측 변호인이 가타부타 의견을 내는 식으로 치러지죠. 이번에도 으레 그렇겠거니 하면서 법정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의외의 일이 벌어졌습니다. 재판부가 검찰을 강하게 질타한 겁니다.

들어 보니 재판부가 화날 만했습니다. 검찰이 피고인 측의 수사 기록 열람·등사 신청을 거부해서죠. 수사 기록을 살피지 못한 변호인이 무슨 얘기를 하겠습니까. 첫 재판은 그렇게 공전(空轉·일이나 행동이 헛되이 진행됨)됐습니다.

기업 재판에서 피고인 측이 수사 기록 검토 시간을 더 달라고 하는 경우는 종종 있습니다. 화이트칼라 범죄를 다루는 기업 재판 특성상 수사 기록 양이 방대한 경우가 많아서죠. 하지만 검찰이 수사 기록 열람·등사를 안 해주는 건 극히 드뭅니다. 재판부 말마따나 기소 시점을 잘못 잡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요.

그 와중에 검찰은 '언론의 관심이 집중된 사안', '핵심 공범(허영인 SPC그룹 회장을 뜻함) 조사' 운운하며 기자들이 솔깃해할 발언을 쏟아냈습니다. 냉철한 법률가보다는 여론전에 능한 정치인이 연상되는 태도였죠.

이게 끝이 아닙니다. 지난달 29일 저녁 첫 재판에서 공개되지 않은 구체적인 공소 사실을 서술한 기사 하나가 올라왔죠. SPC그룹이 B 씨 도움을 받아 검찰 조사에 대비했으며 황재복 사장이 B 씨 은혜를 기억하겠다, 맛있는 것 사주고 술도 사 먹이라고 A 씨에게 전했다는 내용이 공소 사실에 담겼다는 기사였습니다. 리크(leak·흘리기)까지 해가면서 SPC그룹을 옭아매려는 검찰의 더듬수가 느껴졌습니다.

이왕 내친김에 검찰은 극단적 수단을 동원했습니다. 지난 2일 허영인 회장을 전격 체포한 거죠. 75세 고령에다 건강이 나빠 입원해 있는 허영인 회장을 상대로 그렇게까지 해야 했을까요. 누가 뭐라고 하든 직성이 풀릴 때까지 칼춤을 추겠다는 검찰의 아집이 볼썽사나웠습니다.

SPC그룹이나 허영인 회장이 위법 행위를 했으면 당연히 수사를 받아야죠. 다만 수사와 멍석말이는 다릅니다. 검찰 행태는 기업을 핍박하는 멍석말이에 불과합니다. 검찰은 SPC그룹, 허영인 회장에게 방어권을 보장하면서 정정당당한 법리 공방을 하길 바랍니다. 국가기관이 최소한의 금도는 지키길 바라는 마음에서 하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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