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임팩트 논단] 효성 조현문, 가족 적대시 아집 버릴 때 됐다

진짜 적은 선친이나 형 아닌 자기 자신임을 성찰해야

이상우 승인 2024.04.02 05:00 | 최종 수정 2024.04.02 13:16 의견 0

고(故)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 조문을 마친 후 빈소를 떠나는 조현문 전 효성중공업 부사장.@출처=연합뉴스

[뉴스임팩트=이상우기자] 며칠 전 세상을 떠난 고(故)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을 추모하려는 각계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효성그룹 총수, 옛 전국경제인연합회(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 한미재계회의 위원장, 한일경제협회 회장을 지내며 경제는 물론 외교에도 큰 공헌을 한 고인에 대해 후배들이 도리를 다하는 거죠.

아버지 조석래 명예회장, 형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과 갈등 끝에 회사를 그만둔 뒤 형을 검찰에 고발하며 형제의 난을 일으켰던 조현문 전 효성중공업 부사장도 빈소를 찾아 조문했습니다. 5분 만에 자리를 뜨긴 했지만요.

조현문 전 부사장이 부친 영정 사진 앞에서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알 방도가 없습니다. 심경이 복잡했으리라 짐작되긴 합니다. 아버지와 화해하지 못한 것에 회한도 있었을 거고요.

한 가지 분명한 건 조석래 명예회장 별세로 인해 조현문 전 부사장이 갈림길에 섰단 겁니다. 이대로 영원히 가족들과 원수지간으로 살지, 아니면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묵은 감정을 풀어낼지 말이죠.

어떤 길을 가든 조현문 전 부사장 마음입니다. 다만 조현문 전 부사장이 냉철한 눈으로 지난 세월을 돌이켜보길 바랍니다. 그는 아버지와 형이 자신을 공격한다고 의심한 나머지 형제의 난이라는 악수를 뒀습니다. 실리는커녕 명분조차 챙기지 못한 채 고립을 자초했죠. 노여움에 사로잡혀 분별력이 흐려진 겁니다.

결국 조현문 전 부사장의 적은 선친이나 형이 아닌 자기 자신이었던 셈입니다. 그가 격한 감정을 다스리면서 원만한 해결책을 택했다면 지금처럼 입지가 옹색하진 않았을 테니까요.

20세기의 주요 신학자로 꼽히는 카를 바르트는 '누구든 과거로 돌아가 재출발할 수는 없지만 지금 시작해 새로운 결실을 얻을 순 있다'고 했습니다. 조현문 전 부사장이 되새겨볼 만한 가르침입니다. 그가 가족을 적대시하는 아집에서 벗어나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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