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삼성전자 부장 반도체 기술 유출 재판, 증거 등사 두고 신경전

재판부, 내달 5일 2차 공판준비기일서 증거의견·증인신문 정리 예정

이상우 승인 2024.03.28 05:00 | 최종 수정 2024.03.29 07:30 의견 0

마이크로소프트 인공지능 플랫폼 빙(Bing)이 생성한 반도체 기술 유출 이미지.@빙

[뉴스임팩트=이상우기자] 삼성전자 반도체 기술을 중국에 빼돌린 혐의를 받는 이들의 재판에서 검찰과 피고인 측 변호인이 증거 등사 문제로 신경전을 펼쳤다. 등사(謄寫)는 원본을 베껴 옮긴다는 뜻이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를 심리하기 위한 1차 공판준비기일을 지난 27일 열었다.

피고인은 전 삼성전자 부장 A 씨, 삼성전자에 반도체 장비를 납품한 협력사 직원 B 씨, C 씨다.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에 걸쳐 구속 기소됐다.

검찰에 의하면 A 씨는 국가 핵심 기술인 삼성전자 18나노 D램 반도체 공정 정보를 중국 기업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에 유출했다.

1나노는 10억분의 1m다. 18나노 D램은 반도체 내부 회로 전선 두께가 18나노라는 뜻이다. 반도체는 전선 두께가 얇을수록 성능과 집적도가 높아진다.

CXMT는 중국 안후이성 허페이시에 본사를 둔 D램 반도체 제조사다. 2016년 5월 설립됐다. 반도체 설계 회사 자오이창신과 허페이시 정부가 공동 출자했다.

A 씨는 2016년 CXMT에 이직했다. 그는 7년간 매년 10억원에 달하는 연봉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피고인 2명은 A 씨와 공모해 삼성전자 협력사의 반도체 장비 설계 기술 자료를 CXMT에 넘긴 것으로 전해졌다. 반도체 전문가들은 이번 기술 유출 사건으로 삼성전자와 협력사가 입은 피해 금액이 2조3000억원에 이른다고 추산한다.

1차 공판준비기일 때 B·C 씨 측 변호인은 "검찰이 증거 등사를 받아들이지 않고 열람만 허용하는 현 상황에선 증거 능력 부여에 대해 의견을 정할 수 없다"고 했다. 검찰이 제출한 기술 유출 증거를 원본과 대조하기 위해 전면적인 등사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검찰은 "모든 기술 도면을 다 등사하겠다는 변호인 얘기는 납득하기 어렵다"며 "증거를 어떤 원본과 비교해 보겠다는 건지 불투명하다. 증거가 제삼자에게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 변호인이 증거를 특정해 등사 요청을 해야 한다"고 했다.

재판부는 "증거 등사를 둘러싼 견해차 때문에 공판 진행이 늦어지고 있다. 원칙상 등사를 계속 거부할 순 없다"며 검찰에 등사를 해주라고 했다. 이어 "등사를 해줘선 안 되는 증거가 있다면 검찰이 이유를 설명하라"고 했다.

A 씨 측 변호인은 따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삼성전자 협력사 반도체 장비 설계 기술 자료 유출을 A 씨가 공모하거나 가담하지 않았다"고 했다. 증거에 대해선 피의자 신문 조서를 포함한 일부 증거의 능력을 부동의한다고 했다.

A 씨 측과 B·C 씨 측은 기술 유출 사실 관계 인정 여부에서 다소 차이를 보였다. B·C 씨 측은 사실 관계 자체는 수긍하되 일부 다퉈볼 혐의가 있다고 했다. A 씨 측은 B·C 씨와의 기술 유출 공모 혐의를 부인하는 데 중점을 뒀다.

재판부는 공판준비기일을 한 차례 더 열어 증거 능력 부여에 대한 의견, 증인신문 절차를 정리하기로 했다.

다음 공판준비기일은 내달 5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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