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우의 전쟁영화 이야기(16)] 전쟁중 동작그만, 1차대전 기적 다룬 ‘메리 크리스마스’

최진우 승인 2023.11.08 15:03 의견 0
영화 메리 크리스마스 포스터. @[뉴스임팩트 자료사진]


[뉴스임팩트=최진우 전문위원] 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서부전선. 독일군과 영국군, 프랑스군은 한치 양보없는 전투를 벌이던 중 갑자기 모든 적대행위를 멈추고 한데 어우러져 노래를 부르고 술을 마시며 선물을 교환한다. 심지어 축구경기까지 한다.

영화 ‘메리 크리스마스’는 기적이라는 말 외엔 설명할 수 없는 제1차 세계대전의 실화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이른바 크리스마스 휴전(The Christmas Truce)사건으로도 잘 알려진 1914년 12월 24일의 서부전선 상황을 다루고 있다.

영화의 줄거리는 이렇다. 독일군과 여기에 맞서 싸우는 영국-프랑스 등 연합군은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2014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참호전을 벌인다. 잠시 총격전이 멈춘 사이 오페라 스타 출신인 독일군 장교 니콜라우스는 독일군 참호에서 아름다운 크리스마스 캐롤을 부른다.

작은 트리를 참호 밖 영국군에게 보여주는 등 독일군이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물씬 풍기자 영국군 진영에서는 백파이프 연주자가 독일 장교의 찬양에 맞춰 반주한다. 그렇게 시작된 양측의 평화는 한 두 명씩 참호를 나와 서로 어울려 노래를 부르고, 술을 마시며 선물을 교환하는 단계까지 이른다.

노래를 부른 독일장교는 오페라 스타인 니콜라우스(벤노 퓌어만 분). 그는 때마침 자신을 찾아 전쟁터까지 온 연인 안나(다이앤 크루거 분)와 함께 크리스마스 캐롤을 부르자 고된 전쟁 속에서 가족을 그리워하던 연합군 병사들도 호응하기 시작한 것이다.

총을 버리고 참호 바깥으로 나온 병사들은 너나 할것없이 그들만의 크리스마스 파티를 시작한다. 병사들은 본국에서 보내온 크리스마스 선물을 함께 즐기고, 아내의 사진을 보여주며, 함께 사진을 찍는다. 독일군과 연합군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이틀간 휴전을 연장하고, 전장에 널브러져 있는 시신을 수습하고 자국의 폭격 정보를 일러주는 단계에까지 이른다.

이 사실은 이후 영국 데일리 미러 신문에 대서특필되며 세상에 알려졌다. 연합군 병사들이 독일군과 나란히 서서 찍은 사진까지 첨부된 기사에 영국정부는 기겁을 했다. 영국군은 이를 이적 행위로 규정하고 크리스마스 휴전을 선동한 주동자 색출에 나서는 등 한바탕 소동을 벌였다. 실제 몇 명을 주동자로 지목하고 본보기로 처벌까지 했다.

사건 이후 아쉽게도 제2, 제3의 크리스마스 휴전은 없었다. 아니, 공식적으로는 그렇지만 서부전선에서는 알게 모르게 양측 사병들과 초급 장교들이 열심히 싸우는척 연기를 하거나 서로 담배를 나눠피는 등 친목을 도모하는 장면들이 적발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피가 튀고 살이 튀는 최전방에서 적과 마음을 통한다는 내용은 송강호 이병헌 주연의 공동경비구역 JSA나 웰콤투 동막골의 줄거리와도 일맥상통한다.

이 사건 이후 영국군은 독일군과 친해지는 것을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 참호에 배치되는 부대의 전환 배치를 주기적으로 실시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영화 크리스마스 휴전은 전쟁에 휘말린 인간들이 서로 사랑할 수 있다는 다소 진부한 내용을 중심으로 전개되지만, 이 기적과도 같은 휴전이 전쟁의 승리보다 훨씬 더 소중하다는 것을 설득력 있게 전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평점: ★★★★☆ (5점 만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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