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임팩트=이정희기자] 우리 사회의 무인기(드론) 활용도가 나날이 커지고 있다. 드론 행사가 전국 각지에서 수시로 열린다. 병해충 방제, 공사 현장 안전 관리, 측량 등에도 드론이 널리 쓰인다. 군사적으로는 감시·정찰을 포함해 다양한 임무를 수행한다.
드론은 혼자가 아니라 벌떼처럼 군집(群集) 형태로 날아다니기도 한다. 군집 드론은 협업을 통해 드론 1대가 하지 못하는 집단 공연, 다층적 데이터 수집, 적 탱크·군함 폭격 같은 어려운 미션을 완수한다.
이러한 군집 드론의 가능성을 눈여겨보고 출사표를 던진 사업가가 있다. 드론 벤처 기업인 군집텍을 이끄는 서정호 대표다. 뉴스임팩트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있는 군집텍 사무실에서 서정호 대표를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었다.
-대표께서 걸어오신 길을 여쭤보고 싶다.
"클래식 음악을 전공한 뒤 미디어 제작 프로듀서로 일했다. 2013년경 영상 촬영을 하다가 드론을 접했다. 드론이 영상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쓰일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특히 드론쇼(다수 드론을 활용한 공연)에 관심이 갔다. 드론쇼를 하려면 군집 비행이 필요하다. 2016년부터 군집 비행 기술을 개발했다. 2017년 독일 폭스바겐 신차 발표회(김포타임즈항공 격납고에서 진행) 드론쇼, 2018년 스위스 해밀턴 드론 군집 비행, 2019년 강원 영월군 국제 드론 콘퍼런스 드론 군집 비행 등에 참여했다."
"그러면서 드론 국가자격증 평가위원으로 활동했다. 드론 관련 기관의 원장을 맡기도 했다. 후한 연봉을 받았지만 내 사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군집 드론 기업을 만들겠다는 목표하에 2019년 11월 군집텍을 세웠다."
-주변 사람들이 드론 사업을 반대하진 않았나.
"반대가 심했다. 부모님은 물론 친구들도 드론으로 무슨 사업을 하냐고 했다. 하지만 저는 드론이 도전해 볼 만한 일이라고 확신했다. 싸우는 시간조차 아까웠다. 하면 안 된다는 말에 흔들리면 아무것도 못한다는 생각으로 밀어붙였다."
-군집텍 구성원들은 어떤 일을 하나.
"모든 직원이 기술 개발과 드론 인재 육성을 하고 있다. 올해 투자를 받아 군집 드론 기체를 양산할 계획이다. 기체 수출도 추진하고 있다. 드론은 국내보다 해외 시장이 훨씬 크다. 해외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
"직원들은 구분 없이 업무를 하고 있다. 고정관념을 깨야 혁신을 해낼 수 있다는 게 제 신념이다. 창조적 활동을 하라고 직원들에게 주문한다."
-회사 방침이 독특한 것 같다.
"그렇다. 틴카(Tinca), 제프(Zef), 에이요(Ayo)로 표현할 수 있다. 틴카는 정답이 없다(There is no correct answer)는 뜻이다. 창조적 활동을 강조하기 위해 만든 말이다. 제프는 군집텍을 상징하는 Z와 이팩터(effect·효과)의 ef에서 따온 단어다. 창조적 인적 자원 개발을 가리킨다. 에이요는 너 괜찮냐(Are you ok?)를 줄인 것이다. 서로에게 안부를 물으며 항상 소통하자는 취지다.
-적응 못하는 직원들도 있지 않나.
"처음엔 낯설어한다. 보통 회사 가면 시키는 일만 하니까. 하지만 군집텍은 그런 회사가 아니다. 저는 직원들에게 회사에 있어야 할 존재 이유를 스스로 증명하라고 한다. 자기 주도적으로 일을 하라는 거다. 대신 일하는 데 필요한 건 뭐든지 지원해 준다. 출퇴근 시간도 탄력적으로 적용한다."
"직원들 직위는 모두 매니저다. 계급장은 필요 없다. 회의 땐 숨김 없이 모든 것을 얘기하자고 한다. 심지어 제 욕을 해도 된다고 한다. 중요한 건 형식이 아니라 일을 되게 만드는 거다."
-군집텍 제품은 무엇이 있나.
"군집 드론 버전1, 버전2가 있다. 2020년 버전1, 지난해 버전2를 만들었다. 버전2가 버전1보다 위치 신호를 잘 받아서 비행이 안정적이다. 체공 시간도 버전2가 더 길다. 버전2는 20분, 버전1이 10분이다."
"현재 버전2의 페이로드(화물 중량 합계)는 1㎏ 정도다. 개발을 통해 페이로드를 10㎏ 이상으로 늘릴 예정이다. 페이로드가 증가하면 드론을 통해 산불이 난 지역에 소화탄을 떨어뜨리거나 전장에서 폭탄을 대량으로 투척하는 일이 가능해진다."
-군집텍의 기술적 장점은.
"위치 인식 기술이다. 군집 드론은 거리를 계속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수백 대나 되는 드론이 드론쇼를 해도 안 부딪친다. 군집텍 드론의 오차 범위는 1㎝ 안쪽이다. 다른 업체들이 군집텍 위치 인식 기술의 정밀함에 놀란다. 더불어 드론 비행을 제어하는 기술도 좋은 평가를 받는다."
-군집텍 기술을 사겠다는 업체가 있었을 것 같은데.
"있었다. 하지만 제가 그런 제의를 다 차단했다. 기술을 보유한 상태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의 비즈니스를 하려 한다. 외부에 기술을 줄 일은 없다."
-군집텍이 염두에 둔 사업 방향은.
"드론쇼는 계속할 거다. 현재로선 군사 분야보단 산업 쪽을 주목하고 있다. 얼마 전에 이미지 센서(피사체 정보를 읽어 전기 영상신호로 변환해 주는 장치) 업체가 협업 의사를 전해 왔다. 부산의 모 대학 교수가 군집텍 드론으로 일본 원전 오염수의 오염 정도를 측정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군집 드론을 띄워 데이터를 많이 얻어야 오염 측정을 정확하게 할 수 있다는 얘기였다."
-올해 사업 목표는 뭔가.
"군집 드론 양산 시설을 조성하는 거다. 수도권에 적합한 장소를 검토하고 있다. 시설이 완성되면 성능 테스트도 그곳에서 하려 한다. 장기적으로는 주식시장 상장을 생각하고 있다. 다만 주주가 많아지면 경영에 대한 간섭이 심해지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싶다."
-국내 드론 산업 발전을 위해 정부가 할 일을 꼽는다면.
"드론 시험 공간이 부족하다. 더 늘려줬으면 한다. 공무원과 국가기관 직원들의 보수적 사고도 바뀌어야 한다. 음악을 한 사람이 무슨 드론 사업을 하냐는 식의 편견이 혁신을 가로막는다."
"드론 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이 너무 주먹구구식이다.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드론 업체 중에 제대로 비즈니스를 하는 회사가 몇 군데나 되나. 드론으로 신산업을 개척하려는 도전 정신이 있는 회사를 정부가 선별해 투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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