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우의 전쟁영화 이야기(9)] ‘아메리칸 스나이퍼’ 미국의 시선으로 해석한 저격수의 세계

최진우 승인 2023.07.20 11:01 | 최종 수정 2023.07.20 12:57 의견 0
영화 아메리칸 스나이퍼의 한장면@연합뉴스


[뉴스임팩트=최진우 전문위원] 중장년층에게 익숙한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1960년대 스파게티 웨스턴 영화시대를 새롭게 연 황야의 무법자 시리즈로 이름을 날린 배우다.

이후 더티 1970년대와 80년대 해리 시리즈로 매그넘 권총을 들고 막나가는 마초형사 이미지를 각인시켰던 그는 배우 못지 않게 감독, 영화제작자, 작곡가, 음악가, 사업가, 정치인 등 다재다능한 인물로 유명하다. 그가 아카데미 감독상을 두 번이나 수상했다는 것은 감독으로서의 그의 입지를 말해준다.

‘아버지의 깃발’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 등 2차세계대전 이야기를 통해 전쟁영화의 진수를 보여주었던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2014년 이라크전쟁에서 저격수로 활동한 인물의 이야기를 다룬 ‘아메리칸 스나이퍼’를 발표한다.

이 영화는 전설적인 해군 SEAL 저격수 크리스 카일의 삶을 다루고 있다. 실존인물이 쓴 자서전에 기반한 영화라서 그런지, 이 영화는 전쟁의 고통스러운 경험과 심리적인 부담을 오가며, 전투와 그로 인한 복잡한 심리를 사색적으로 탐구한다.

크리스 카일 역을 맡은 브래들리 쿠퍼는 뛰어난 연기력을 선보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익살스러운 캐릭터를 많이 맡았던 쿠퍼지만 이 영화에서만큼은 진지함이 묻어난다. 쿠퍼는 카일이 겪었던 내면의 고민에 깊이 몰입하며, 절대적인 애국심과 동료 병사들에 대한 헌신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사진@연합뉴스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섬세한 스토리텔링은 관객을 전투의 중심으로 끌어들이며, 지속적인 위험에 노출된 카일과 동료들이 적의 사격에 맞서는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전쟁의 혼란과 위험을 완벽하게 전달하는 장면은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이스트우드는 이러한 과감한 장면들을 정적이고 내성적인 순간들과 조화롭게 배치하여, 카일의 내적인 갈등이 드러나는 장면들을 섬세하게 그려냈다는 후문이다.

영화는 카일의 개인적인 삶의 복잡성에도 주목한다. 그는 국가에 대한 의무와 부인과 아버지로서의 책임 사이에서 고군분투한다. 전쟁 시기에 가족들이 겪는 감정적인 압박과 희생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쉽게 상상조차 하기 힘들 것이다.

사진=뉴스임팩트 자료사진


이 영화는 논란의 여지도 크다. 일부 비평가들은 이 영화가 저격수의 직업을 지나치게 옹호하고 미화한다고 주장한다. 전쟁에서 아군을 보호하기 위해 적들을 더 많이 살상해야 하는 저격수의 본질을 두고 윤리성을 논하는 것이 무리라는 지적도 있지만 이스트우드의 연출과 제이슨 홀의 각본은 이러한 논란을 정면으로 다루며, 해병들이 전장에서 직면하는 도덕적 딜레마에 대해서도 해석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흥행만 놓고 보면 이 영화는 미국에서 대박을 쳤다. 5800만달러의 제작비를 들여 제작했는데, 미국에서만 3억5000만달러 이상을 벌어들였다. 전세계적으로는 5억4000만달러 이상을 기록하며 클린트 이스트우드에게 부와 명성을 동시에 안겨주었다.

미국 내 흥행기록으론 전설적인 전쟁영화 ‘라이언일병 구하기’를 제치고 역대 흥행기록 넘버원에 오른 것이 이채롭다. 미국인들이 얼마나 전쟁영웅에 열광하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영화에서 크리스 카일의 맞수로 나오는 무스타파라는 반군측 저격수가 있는데, 실제로 이라크 전쟁 당시 많은 미군을 살상한 ‘주바’라는 명칭의 저격수를 묘사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와 주목을 끌었다.

평점: ★★★★☆ (5점 만점)

최진우 wltrbrinat6520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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