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우의 국제논단] 트럼프 맹신론에 중간선거 망친 공화당

최진우 승인 2022.11.14 10:09 | 최종 수정 2022.11.15 11:31 의견 0
트럼프 전 미 대통령=ytn뉴스 유튜브 공개 영상 캡쳐


[뉴스임팩트=최진우 전문위원] 지난 8일(현지시간) 실시된 미 중간선거는 민주당과 공화당 누구의 손도 들어주지 않은 무승부였지만 실상은 공화당의 패배로 보는 시각이 옳은 것 같다. 선거전에 하원과 상원 모두에서 레드 웨이브(공화당 색깔을 뜻하는 붉은색 물결)가 당연시됐는데도 결과는 하원만 탈환하고 상원은 민주당에 넘겨준 꼴이 됐기 때문이다.

개표 직후 상원은 공화당 50석, 민주당 49석(친 민주당 성향 무소속 2석 포함)으로 끝나고, 남은 1석인 조지아주 상원의원 선거에서 판가름 날 것으로 예상됐었다. 조지아주는 다른 주와 달리, 과반득표를 하지 못하면 결선투표를 실시하도록 한 주법에 따라 이번 상원의원 선거에서 당선자를 확정짓지 못했다.

현재 라파엘 워녹 민주당 후보는 49.2%로, 허셸 워커 공화당 후보의 48.7%보다 앞서고 있지만 산술적으로 과반을 넘지 못해 다음달 6일(현지시간) 결선투표가 치러질 예정이다.문제는 중간집계에서 공화당이 앞서고 있던 네바다주에서 막판 대역전이 일어나면서 민주당 후보가 사실상 당선을 확정지었다는 것이다. 네바다주의 막판 뒤집기는 민주당에는 환호를, 공화당에는 악몽을 선사했다.

네바다의 대역전극은 지난 번 대선과 판박이다. 재선에 도전한 민주당 후보는 개표 막판까지 공화당 후보에게 3% 포인트 뒤지고 있었는데, 도시지역 우편투표가 개봉되자마자 상황이 뒤집혔기 때문이다.

대도시 라스베이거스를 끼고 있는 클라크 카운티를 비롯해 리노 주변의 와슈 카운티 등에서 민주당 몰표가 쏟아지면서 12일(현지시간) 밤 9시쯤 민주당 후보가 역전에 성공했고 98% 개표가 완료된 시점에서는 민주당 후보가 48.8%로 공화당 후보(48.1%)를 근소하게 앞서고 있다. 남은 표를 고려하면 사실상 승부의 추는 민주당에 넘어갔다고 미 언론들은 보도하고 있다.

네바다주가 민주당에 넘어가면서 공화당은 49석을, 민주당은 50석(무소속 2석 포함)을 각각 확보하게 됐다. 부통령이 상원의장을 당연직으로 맡아 캐스팅보트를 쥐는 상황을 고려하면 다음달 치러질 조지아주 결선투표 결과와 상관없이 상원은 민주당이 장악하게 되는 것이다. 만약 조지아주에서 민주당이 이긴다면 상원은 공화 49 대 민주 51로 확실하게 민주당이 주도권을 쥐게 된다.

하원을 탈환했지만 상원을 눈앞에서 놓친 공화당 내에서는 책임론이 거세지고 있다. 책임론의 화살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냥한다. 참 아이러니다. 선거전만 해도 트럼프에게 잘 보이려고 서로 아우성이었던 공화당이 이제는 트럼프 헐뜯기에 나서고 있으니 말이다.

이번 선거에서 트럼프는 확실한 지지층을 가진 가장 유력한 차기 공화당 대권주자로서 건재함을 과시했지만 그 반대로 확실한 반대세력, 즉 안티세력이 대단함을 동시에 확인시켜주었다.

공화당 내에서는 하원의석이 기대만큼 나오지 않은 것이나, 상원을 민주당에 넘겨준 것 모두 트럼프에 반대하는 유권자들이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서 민주당에 표를 몰아준 탓으로 패인을 돌리고 있다. 트럼프가 밀었던 후보들이 이번 선거에서 유독 고전한 것이 그 이유라는 지적이다.

사실 이번 선거에서 트럼프가 전면에 나서지 않았다면 공화당이 하원과 상원 모두에서 낙승을 거뒀을지도 모른다. 미 중간선거는 전통적으로 집권당의 무덤으로 불릴 만큼, 야당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선거인데다, 지금처럼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는 민주당이 질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그럼에도 결과가 이렇게 나온 데는 트럼프 (역)효과이외에는 달리 해석할 길이 없어 보인다.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는 막강한 지지세력을 업고 재선에 도전했지만 지지세력보다 더 거대한 안티세력이 똘똘 뭉치면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에 밀려 재선에 실패했는데, 중간선거 결과 역시 그 연장선상에 놓여 있는 것이다.

공화당 내에서는 지지세력 못지 않게 안티세력이 확실한 트럼프 대신에 대항마를 내놔야 한다는 여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현재 트럼프의 가장 강력한 대항마로는 플로리다 주지사 재선에 성공한 론 디샌티스가 떠오르고 있다.

그렇지만 가만히 당하고 있을 트럼프가 아니다. 벌써부터 디샌티스를 겨냥해 독설을 퍼붓고 있고 자신에게 적대적인 공화당 인사들을 향해 위협과 협박을 서슴치 않고 있다.

트럼프는 당초 중간선거 압승 바람을 타고 14일(현지시간) 차기 대선출마를 공식적으로 발표하려고 했다. 일정을 하루 연기해 15일로 늦췄는데 공화당 인사들은 그 마저도 만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트럼프는 더 이상의 연기는 고려하지 않음을 내비치며 출마선언을 강행할 것임을 예고했다.

공화당은 한동안 트럼프 지지여부를 놓고 내분에 휩싸일 것이 분명해 보인다.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이자 대표적인 반 트럼프 인사인 미치 매코널 의원은 교체가 불확실해지고 있고, 하원에서 트럼프의 충견으로 불리며 차기 하원의장이 유력시되던 케빈 매카시 원내대표의 입지도 흔들리고 있다.

대선패배로 궁지에 몰렸다가 이번 중간선거를 계기로 화려한 부활을 꿈꿨던 트럼프로서는 상당기간 내부싸움에 매달릴 수밖에 없게 되었다. 물론, 트럼프만큼 가장 강력한 지지층을 가진 공화당 인사가 눈에 띄지 않고 있어 트럼프는 여전히 대세론을 밀어붙일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지지층이 극성을 부릴수록 거기에 알레르기적 반응을 보이는 안티세력도 더 거세질 것이 분명해 차기 미국 대선은 민주당 후보가 누가 되든, 또한번 트럼프 대 반 트럼프의 대결구도로 흘러갈 것으로 예상된다.

뉴스임팩트 최진우 wltrbriant6520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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