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우의 국제논단]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 클린턴의 성공, 바이든의 실패

최진우 승인 2022.06.20 11:04 의견 0
바이든 미 대통령 =YTN 뉴스 영상캡쳐


[뉴스임팩트=최진우 전문위원]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만 해도 미국 내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인기는 상당했다. 전쟁이 터지면 일단 대통령에게 지지를 보내는 미국인들의 성향을 고려하면 우크라이나 전쟁은 바이든에게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전쟁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그 여파로 국제유가가 치솟고 미국 내 기름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는 등 물가상승률이 예상을 뛰어넘자 미국인들의 인내심은 폭발 직전까지 온 것으로 보인다.최근 바이든의 지지율이 숙적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낮다는 여론조사 결과는 이 같은 미국인들의 인내심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

미국 야후뉴스가 영국 리서치업쳬 유고브와 공동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오늘 또 다른 대통령 선거가 열린다면 누구를 택하겠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44%는 트럼프를, 42%는 바이든을 선택했다. 다음 대통령 선거에서 바이든은 현역 프리미엄을 얻어 재선에 나설 가능성이 높고, 트럼프 역시 다시 공화당 후보로 도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두 사람 중 한 사람을 고르라고 한 것이다.

미국 성인 154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는 표본오차가 ±2.9%인 점을 고려하면 트럼프가 바이든을 반드시 앞서고 있다고 얘기하기 힘들지만 현역 대통령의 인기가 전직 대통령보다 더 낮게 나온 조사는 매우 이례적이다.

1년 전 비슷한 조사에서 바이든은 트럼프를 9%포인트 차이로 앞서며 여유 있게 승리할 것으로 점쳐졌지만 지금은 상황이 바이든에게 매우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더욱이 바이든은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반드시 공화당을 이겨야 남은 임기 동안 레임덕 없이 행정부를 이끌어나갈 수 있다. 만

약 진다면 가뜩이나 낮은 인기에 공화당이 장악하는 의회에 막혀 제대로 정책을 펴보지도 못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중요한 것은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 10명 중 4명이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인플레이션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답변했다는 점이다. 결국 경제현안을 풀지 않고서는 바이든의 남은 임기가 평탄치 않을 것임을 알 수 있다.

경제가 미국선거에서 결정적 변수로 작용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로널드 레이건이 1980년 선거에서 지미 카터 대통령을 꺾고 당선된 것도 살인적인 물가상승률에 지친 미국인들이 새로운 인물에 표를 던졌기 때문이었다.

가장 가까운 사례로는 1992년 대통령 선거에서 당시만 해도 신인이나 다름없었던 빌 클린턴이 아버지 조지 부시 대통령을 꺾고 대통령에 오를 수 있었던 것 역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었다.1992년 선거를 앞두고 열린 TV토론에서 빌 클린턴은 모든 현안을 경제와 결부시켜 부시를 공격했다. “문제는 경제야, 이 바보야”라는 말이 나온 것은 당시 클린턴이 어떤 선거전략을 썼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현역 대통령은 큰 잘못이 없는 한 재선하는 것이 미국 정치의 관행이었지만 아버지 부시는 결국 선거에서 지고 말았다. 아버지 부시와 트럼프를 제외하면 1980년 이후 모든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했다. 레이건이 그랬고, 클린턴 또한 재선에 성공했다. 아들 부시도 재선에 성공했고 부시의 뒤를 이어 대통령에 당선된 버락 오바마 또한 재선에 성공했다.

트럼프가 갈라치기식 정치로 미국사회를 분열시킨 탓에 재선에 성공하지 못했지만 바이든은 경제에 발목이 잡혀 재선 자체가 불투명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최근 여론조사에서 바이든의 국정수행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자는 39%에 불과했다.

반면 부정적 평가는 56%에 달했다. 3주전 조사에서 긍정과 부정이 각각 42% 대 53%였던 것과 비교하면 바이든의 인기가 얼마나 빠르게 떨어지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더욱이 바이든의 2024년 대선 출마를 지지한 응답자는 21%에 불과했다. 트럼프의 재출마를 찬성한 응답자 57%와 극명하게 대조되는 결과이다.

민주당 내에서도 위기감이 커지자 바이든이 재선에 나서도록 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힘을 얻고 있다. 고령인데다, 인기마저 떨어지고 있어 바이든 카드로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는 민주당 의원들의 목소리가 날로 커지고 있는 것이다.

만약 중간선거 결과가 다수의 예상대로 민주당의 참패로 끝날 경우 이 같은 바이든 재선 불가론은 한층 거세질 것이 분명해 보인다. 물론 그 전에 인플레이션이 극적으로 잡힌다면 여론이 바이든에게 우호적으로 돌아설 가능성도 있겠지만 지금의 추세라면 중간선거 때까지 물가가 안정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는 것이 경제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실제로 5월중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증가율은 4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1980년 레이건 정부의 물가상승률까지 소환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향후 정책목표를 물가 안정으로 잡고, 물가상승률을 2%까지 끌어내리는데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다짐했지만 국제원유와 식품가격 등 미국정부가 통제할 수 없는 요인들로 인해 최근 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한 것을 고려하면 당장은 비현실적인 목표로 예상된다.

트럼프로서는 살인적인 물가상승률을 겨냥해 바이든의 경제실패로 몰고 갈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1992년 민주당의 클린턴이 공화당의 아버지 부시를 공격했던 경제실패 이슈가 2024년 선거에서는 거꾸로 공화당의 트럼프가 민주당의 바이든을 공격하는 단골메뉴로 떠오를 것은 자명해 보인다.

역사는 돌고 도는 것일까. 민주당에게 정권을 안겨줬던 경제이슈가 지금은 공화당에게 힘이 되는 정치적 도구로 떠오르고 있으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뉴스임팩트 최진우 wltrbriant6520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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