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우의 국제논단] 푸틴 감독, 시진핑 주연의 개도국 부도 도미노

뉴스임팩트 승인 2022.05.02 13:41 | 최종 수정 2022.05.02 13:40 의견 0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연합뉴스TV뉴스 유튜브영상캡쳐


[뉴스임팩트=최진우 전문위원] 러시아의 일방적인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는 뜻밖에도 개발도상국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다. 세계의 곡창지대인 우크라이나가 전쟁으로 인해 제대로 식량을 공급하지 못하자 개도국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이다.

개도국들의 고통은 복합적이다. 코로나 펜데믹 기간 중 인적교류가 막히면서 관광수입이 끊겨 국고가 비어있는 상황에서 세계적인 인플레이션과 세계 식량위기가 동시에 겹치면서 동시다발적인 디폴트 위험이 커지고 있다.위기에 놓인 국가들은 대략 12개 나라에 달한다. 스리랑카를 비롯해 이집트, 파키스탄, 튀니지, 페루, 엘살바도르, 에콰도르, 가나, 잠비아, 에티오피아 등 서아시아와 아프리카, 남미 국가들이 고통의 중심점에 서 있다. 이들 국가들은 대부분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면서 정권의 존립마저 위협받고 있다.

이들 국가들의 또 다른 공통점은 지난 10년간 부채규모가 눈덩이처럼 커졌다는 점이다. 특히 코로나 펜데믹 기간 중 경기침체와 기업도산을 막기 위해 무리하게 채권을 대량으로 발행하면서 빚더미에 올랐다.빚이 빚을 부르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대부분 더 이상 빚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됐다. 세계은행은 저소득국가의 60%가 채무재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할 정도로 이들 국가의 부채는 디폴트 직전까지 내몰리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들 국가의 대외부채 중 상당수가 중국으로부터 원조를 받은 것이다. 중국은 시진핑 집권과 동시에 경제적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일대일로 사업을 공격적으로 펼쳤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개도국들이 중국의 원조를 받았다. 일대일로와 관련된 국가들이 무려 140개국에 달하고 있는 점은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상당수 개도국들이 살인적인 인플레이션과 식량위기에 못 이겨 디폴트를 선언하게 되면 중국은 채무국의 지위를 이용해 경제뿐 아니라 정치적인 입김을 가할 수 있다. 이미 솔로몬제도의 예에서 보듯 중국은 경제와 더불어 군사적인 협정을 통해 개도국들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140개국 전부가 디폴트에 빠지지 않겠지만 가령 20~30개 국가가 국가부도를 선언하게 되면 중국은 기다렸다는 듯이 이들 국가에 대한 채무재조정을 미끼로 경제,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할 것이 뻔하다.

중국은 일대일로를 앞세워 자금을 지원하는 대신, 철도와 공항, 항만 등 물류기반 시설에 대한 100년 임차조건을 밀어붙였다. 돈을 갚지 못할 경우 임차조건을 더 늘릴 가능성은 얼마든지 높다. 중국이 19세기말 영국에 홍콩을 100년간 빼앗겼듯이 거꾸로 세계의 많은 국가들로부터 토지를 100년 이상 빼앗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될 경우 미국이 가만 두고 보지 않을 것은 자명해 보인다. 미국은 중국의 패권확대를 저지하기 위해 다른 우방국들과 손잡고 이를 적극적으로 막아왔다. 최근 호주 북동쪽 작은 섬나라 솔로몬제도가 중국과 손잡고 군사협정을 맺자 득달같이 특사를 보내 군사협정을 저지하기 위해 나섰던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디폴트를 선언한 대량의 개도국들을 상대로 정치, 군사적인 영향력 확대에 나선다면 미국은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이미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개도국들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바이든의 외교정책 참모들은 우려했던 국가부도 사태가 벌어지면 친 중국 정권이 들어선 개도국의 상당수가 친서방 정권으로 바뀔 가능성에 한 가닥 기대를 걸고 있다. 국가부도 위기가 한편으론 정치 지각변동을 불러와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해줄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는 일대일로를 통해 개도국들에 많은 공을 들여온 중국 입장에서는 결코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시나리오다. 친 서방 정권으로 대체될 경우 기존에 맺었던 일대일로 협정은 큰 위기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물론, 중국이라고 호락호락 물러설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일대일로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국가의 명운을 걸고 벌인 사업이다. 개도국을 중심으로 경제 패권을 장악하기 위한 시도이기도 하다. 설령 친 서방 정권이 들어선다고 해도 기존에 맺었던 국가간 협정과 채권채무관계를 없었던 일로 만들 수는 없다.

다만, 이 과정에서 개도국들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를 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더 좋은 조건을 내세우는 쪽에 붙어 국가적 이익 내지는 정권의 이익을 챙길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인플레이션과 우크라이나 사태가 촉발한 개도국들의 위기가 미국과 중국의 패권전쟁을 가속화시키는 촉매제가 될 것이란 시각이 많다. 디폴트가 현실화할 경우 중국이 채무조정을 무기로 먼저 치고 나가면, 미국이 거기에 맞춰 응수하는 방식으로 상황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시진핑은 오는 가을 20차 당 대회에서 3연임을 위한 대관식을 앞두고 있다. 중국 국민들에게 완벽한 지도자로 남길 원하는 시진핑으로서는 미국과의 패권전쟁에서 힘없이 물러서는 모습을 보여줄 수 없다. 무역전쟁에 이은 또 다른 기싸움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세계의 시선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쏠리고 있지만 푸틴은 감독의 역할에 만족하고 조만간 시진핑이 주연으로 떠오를 시기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뉴스임팩트 최진우 wltrbriant6520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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