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우의 국제논단] 쿠바 미사일 위기와 중국의 솔로몬제도 진출

최진우 승인 2022.04.26 10:55 의견 0
케네디 미 전 대통령의 생전 모습= Jtbc뉴스 유튜브 영상캡쳐


[뉴스임팩트=최진우 전문위원] 존 F 케네디 전 미국대통령 시절 소련과 핵전쟁 직전까지 갔었던 것은 유명한 일화다. 사태의 발단은 소련의 쿠바 미사일 기지 건설이었다.

당시 소련은 핵무기 보유에서 미국에 절대적인 열세에 놓여 있었다. 니키타 후르시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은 숫적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미국의 코앞인 쿠바에 비밀리에 미사일 기지를 건설했고, 실제 미국 몰래 핵탄두를 반입하기도 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안 케네디는 펄쩍 뛰었다. 쿠바 미사일 기지는 사실상 미국 전역을 핵미사일 사정권안에 두는 것으로 소련의 위협에 미국이 고스란히 노출되는 것이기 때문에 미국 입장에서는 용납할 수 없는 도발이었다.

케네디 참모들은 쿠바 미사일 기지를 선제공격하여 초토화하자고 주장했다. 일부는 아예 소련까지 포함시켜 미국이 전면적인 핵선제공격에 나서야 한다는 강경한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케네디는 항공모함 8척을 비롯해 90척 규모의 대규모 함대를 집결시켜 쿠바의 모든 영해에 대한 봉쇄작전을 지시했다. 소련에서 쿠바로 향하는 모든 배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겠다는 작전이었다. 쿠바로 향하는 모든 배에 대한 강제 수색명령과 함께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격침시키라는 초강수 지침도 내렸다.

후르시초프는 공해상 항해의 자유를 가로막는 해적질과 다름없다며 강력 반발하면서 핵잠수함 호위하에 미사일 부품과 기술자들을 태운 자국 선박의 쿠바행을 지시하는 맞불을 놨다.

양측의 한치 양보없는 대치로 1962년 10월26일과 27일 이틀간 세계는 미국과 소련간에 정말로 핵전쟁이 일어날지 모른다며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하지만 케네디가 정말 핵발사 단추를 누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후르시초프가 겁을 먹고 쿠바로 향하던 자국선박을 되돌리라는 명령을 내리면서 양국의 핵전쟁 위험은 사그라들었다.

당시 케네디는 소련이 미국과 비슷한 수준의 핵무기를 보유했을 것으로 추정했지만 실상은 달랐다. 소련의 해체이후 밝혀진 비밀문서에 따르면 구 소련시절 미국과 소련의 핵무기는 17대1이라는 소련의 절대적 열세로 기울어진 운동장에 지나지 않았다.

후르시초프의 쿠바 미사일 기지 건설은 이러한 절대적 핵무기 열세를 만회하기 위한 도박에 가까운 모험이었다.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보유에서 절대적 열세에 놓인 소련의 불리한 위치를 만회하기 위해서는 미국과 인접한 쿠바에 미사일을 건설해서 직접 미국을 위협할 수밖에 없다는 전략적 판단이 작용했던 것이다.

미국이 최근 솔로몬제도의 중국 진출을 바라보는 시각은 쿠바 미사일 기지보다는 강도가 약하지만 본질적인 상황은 비슷하다.

솔로몬제도는 호주 동쪽에 위치한 작은 섬나라로 한반도의 대략 8분의1 크기다. 인구는 72만명으로 세계 인구순위 165위에 불과한 곳이다. 이 작은 섬나라에 미국이 최근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솔로몬제도가 중국과 안보협정을 맺었기 때문이다.

미국은 중국이 안보협정을 빌미로 솔로몬제도에 영구적인 군사기지를 건설하여 군사를 배치할 수 있다며 이를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 조정관이 이끄는 미국 고위급 대표단이 지난 22일(현지시간) 솔로몬제도 수도 호니아라를 방문해서 마나세 소가바레 총리를 만나 중국과의 안보협정 등을 논의한 것은 이같은 우려 때문이다.

물론 미국의 움직임에 중국은 솔로몬제도와 맺은 평화적인 협정을 방해하려는 패권적 행위라며 강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중국 외교부는 솔로몬제도에 중국이 군사기지를 건설할 의사도 없으며, 그럴 이유도 없다면서 미국의 주장을 근거없는 비난이라고 일축했다.

실제 중국이 솔로몬제도에 군사를 배치하거나 군사기지를 건설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는지는 아직까지 확인된 것이 없다. 다만 미국이 펄쩍 뛰는 것은 중국해군이 호주 북동쪽까지 진출해 미국 하와이와 본토를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 하나 때문이다.

중국이 솔로몬제도와 맺은 안보협정 초안에는 중국의 필요에 따라 함정을 솔로몬제도에 파견하고 질서 유지를 위해 무장경찰을 파견할 수 있는 내용, 현지에서 물류 보급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중국이 군사를 파견할 의사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협정에 근거해서 언제든지 솔로몬제도에 함정을 파견할 수 있다는 것을 문제삼고 있다. 함정 파견이 미국을 비롯해 호주, 일본, 뉴질랜드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미국은 그러면서 솔로몬제도에 적절한 당근책을 제시했다. 병원선을 파견하고 백신을 추가공급하기로 약속한 것이다. 솔로몬제도는 미국 대표단에 중국군의 장기주둔이나 군기지 건설 가능성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솔로몬제도와 군사협정을 맺자마자 미국이 득달같이 솔로몬제도에 달려가 훼방을 놓은 것에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중국 외교부는 “미국 측 논리대로라면 태평양 도서국들은 미국 또는 미국을 포함한 동맹국 그룹외에는 안보협력을 맺을 수 없다는 것인가“라며 ”미국이 태평양 도서국가들을 독립국가로 보지 않고 자신들 부속물로 인식하고 있다“며 비난을 퍼부었다.

중국의 반발과 상관없이 미국은 이번 솔로몬제도 사태를 계기로 중국이 미국 혹은 우방국가들을 위협할 수 있는 시도를 할 경우 이를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는 강한 신호를 보내기로 작정한 것으로 보인다.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때 케네디가 보여주었던 강대강 전략은 2022년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다시 되살아나고 있는 느낌이다.

뉴스임팩트 최진우 wltrbriant6520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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