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위대 훈련모습=연합뉴스유튜브 영상캡쳐


[뉴스임팩트/일본=이정현 통신원] 기시 노부오(岸 信夫) 방위상은 지난 달 29일에 열린 기자회견에서 올해 방위대학교를 졸업하고도 자위관(自衛官) 임관을 거부한 학생이 과거 두 번째로 많은 72명이었다고 밝혔다.

일본의 방위대학교는 육해공 자위대의 간부를 양성하는 기관으로 우리나라의 사관학교와 같은 역할을 담당한다.

입학한 학생은 수업료가 면제되는 것은 물론 재학 중에는 월급도 받으면서 학업을 마친 뒤 졸업과 동시에 임관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올해는 작년의 28명에 비해 임관을 거부한 학생 수가 크게 증가하며 그 원인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냈다.

이에 대해 방위성은 임관 거부자는 올해 졸업생 479명 중 15.6%에 해당하며 구체적인 사유는 타 업종으로 취직희망(33명), 일반대학원 진학(9명), 기타(30명)라고 밝혔다.

혹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학생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은 아닌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 기시 방위상은 ‘지금 시점에서 특정할 수 없다’고 이야기했고 방위성 관계자 역시 코로나로 억압된 생활을 보내면서 장래를 다시 생각하는 학생들이 늘어난 탓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다수의 임관거부에 대한 책임은 방위대학교에 있다고 주장하는 매체가 등장했다. 일본사회에서는 쉽게 드러나지 않는 정계와 연예계의 스캔들을 자주 폭로하는 것으로 유명한 주간문춘(週刊文春)은 코로나를 둘러싼 방위대학교 측의 허술하고 안이한 대응이 학생들로 하여금 자위대에 대한 실망과 임관 거부라는 결과를 낳았다고 이야기한다.

실제로 주간문춘은 방위대학교의 부실한 코로나 대응에 대한 특집기사를 작년 9월에 올해 2월에 올린 적이 있는데 3월 들어 임관거부자가 다수 발생하자 다시 한번 내부자가 촬영한 사진과 문서, 학생들의 증언을 토대로 추가기사를 올렸다.

해당 기사들에 따르면 코로나가 한창이던 시기에 1학년생이 마스크만 착용한 채 확진자나 밀접접촉자와 같은 공간에서 식사를 하고, 밀접접촉자 수백 명이 한겨울에 냉방도 안 되는 체육관에 띄엄띄엄 격리되고, 확진자가 머문 방에서 나온 쓰레기들이 주변에 방치되어 있는 사진을 보면 대학교 측의 대응이 오히려 코로나를 확산시켰다고 짐작할 수 있다.

여기에 학생들의 불만을 폭발하게 만든 결정적인 계기가 교내 락다운이었다. 한동안 잠잠하던 코로나가 올해 초 오미크론으로 다시 확산세에 접어들자 재학 중에 의무적으로 기숙사 생활을 해야 하는 방위대학교 학생 전원에게 주말 외출은 물론 교내 편의시설의 이용도 모두 금지한 것이다.

하지만 매일 출퇴근하는 교직원들에 대해서는 아무런 제재가 없었고 심지어 락다운 기간 중에 2학년생들을 대상으로 외부에서 스키 합숙훈련을 실시하고 음주까지 허가하더니 결국 이로 인해 다수의 확진자가 발생하자 학생들의 불만은 최고조에 달했다.

주간문춘의 취재에 방위대학교 측은 음주허가는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하였지만 스키 합숙훈련으로 인한 확진자 발생 사실은 인정하면서 향후 재발방지에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미 임관거부자가 72명이나 발생해버렸고 현재 재학 중인 학생들에게도 얼마나 납득 가능한 변화가 있을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