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임팩트=박종국 기자] “원칙 없는 평화는 없다. 냉철한 전략이 있어야 지속가능한 평화가 가능하다.”
이재명 정부 초대 국가안보실장에 임명된 위성락 전 주러시아 대사는 강경도 유화도 아닌, ‘현실주의 안보 외교’의 상징적 인물이다. 외교관으로서 수십 년간 한반도 문제를 다뤄 온 베테랑이자, 북핵 및 미중러 관계에 정통한 전략가로서, 위 실장은 이재명 정부가 지향하는 ‘균형외교 기반의 실용안보 노선’의 중심에 서 있다.
◇주러 대사 출신, 외교 현장 실전 경험의 강자=위성락 안보실장은 외무고시(제12회)를 통해 공직에 입문한 정통 외교관 출신이다. 외교부 내에서 북핵·한반도 문제 전문가로 명성을 쌓았으며, 2009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2010년 6자회담 수석대표를 역임했다. 이후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주러시아 대사로 근무하며 북·러·중 협의 채널을 구축하고, 에너지 안보, 극동개발 등 안보경제 연계 외교를 선도했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를 거치며 보수·진보 정권 모두에서 신뢰를 받은 보기 드문 외교관이라는 점도 주목된다.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공식직함은 없었지만 대북 정책 자문을 비공식적으로 수행했다는 증언도 있다.
◇신냉전 시대, ‘균형’이 전략이다=이재명 대통령이 위성락 실장을 중용한 이유는 한반도를 둘러싼 미중 전략경쟁과 북러 접근이라는 복잡한 안보환경에서, 감정이 아닌 냉정한 전략과 경험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위 실장은 “한미동맹은 안보의 핵심축이지만, 그 축만으로 외교를 설명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그는 수차례 인터뷰와 기고문에서 미국 중심주의 일변도의 외교 노선에 비판적 입장을 보이며, 동시에 “중·러와의 전략적 균형 없이는 북한 문제 해결도 불가능하다”고 강조해 왔다.
특히 최근 북러 군사협력, 중국의 해양세력 확대, 북한의 전술핵 배치 시도 등 복합 안보 위기 속에서, 그는 “위기보다 위험한 것은 감정적 대응”이라고 말할 정도로 냉정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실용주의 대북관 “대화는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다”=위성락 안보실장은 대북 문제에 있어서도 “무조건적인 대화론”에 선을 그어왔다. 그는 “대화는 필요하지만, 대화 자체가 목표가 되어선 안 된다”며,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 조치, 핵·미사일 활동 중단, 남북 군사적 신뢰 구축을 사전 조건으로 강조한다.
그는 문재인 정부 시절의 남북정상회담 외교에 대해 “국내정치 일정에 따른 조급한 접근이 있었다”고 지적한 바 있으며, 이재명 정부에서도 북한의 행태 변화 없는 일방적 유화책에는 선을 긋는 입장이다.
즉, ‘조건부 대화’, ‘단계적 신뢰 복원’, ‘국제공조+남북대화 투트랙’을 추구하는 전략적 접근이 위 실장이 구상하는 대북정책의 뼈대다.
◇군사·외교 연계 안보정책의 총괄자=과거 청와대 안보실장이 군 출신 중심으로 운영되던 구조와 달리, 이재명 정부의 위성락 실장은 “외교 안보를 통합 지휘하는 조율형 사령탑”에 가깝다. 국방부, 합참, 외교부, 국정원 등 여러 조직이 관여하는 대북·대중·대러 정책을 총괄하는 데 있어 그는 중립적 중재자 역할을 맡는다.
또한 그는 방위비 분담금 협상, 한미연합훈련 조정, 주한미군 전략 재배치 논의 등 민감한 한미 간 이슈에도 경험과 이성을 바탕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위성락식 국가안보, 그 의미와 과제=그가 국가안보실장으로서 보여주는 핵심 메시지는 명확하다. 지정학적 냉정함, 외교적 유연성, 군사적 현실주의. 이 세 가지 기조를 바탕으로, 위 실장은 지금의 한반도 안보 위기를 ‘현실 기반의 평화 관리’라는 전략으로 돌파하려고 한다.
다만, 미국·일본과의 관계가 한층 밀착된 현 시점에서 미국의 전략 노선과 거리 두기를 택할 경우, 외교 마찰이나 국내 정치권의 반발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실용주의 노선이 때때로 결단력 부족으로 비칠 가능성도 상존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위성락 실장은 단순한 외교 기술관료가 아니라, 한반도 전반을 조망할 수 있는 냉정한 전략가라는 점이다. 위기 시대일수록 지도자의 선택보다, 전략가의 구조 설계가 더욱 빛나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