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출처=연합뉴스
[뉴스임팩트=이상우기자]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 '짜친다'는 표현이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경상도 사투리라는데 대구에서 나고 자랐지만 짜친다는 말을 들어 본 기억은 없습니다. 방송 출연자들이 쓴 단어가 유행을 탄 게 아닌가 짐작할 뿐입니다.
짜친다의 정확한 의미도 이해가 잘 안됩니다. 아무 데서나 툭하면 짜친다고 해서죠. 앞뒤를 따져볼 때 모양새가 나쁘거나 기대치에 어긋나 실망스러운 상황, 쩨쩨한 감정을 포괄하는 것으로 해석되긴 하지만요.
그런데 최근 짜친다는 느낌이 무엇인지 피부에 와닿았습니다. 조현문 전 효성중공업 부사장이 보수 지급 문제로 자신이 선임했던 법무법인 바른과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는 소식 때문입니다.
조현문 전 부사장 입장에선 로펌 공로가 크지 않은데 40억원이 넘는 보수를 달라는 요구가 과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효성그룹 총수를 노렸던 그가 법률 대리인과 조율하는 일조차 제대로 못 해 법정 공방까지 하는 건 너무나 짜치는 행보로 여겨집니다. 아버지 고(故)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과 형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에게 대거리하고 회사를 분열시켰던 조현문 전 부사장의 협량(狹量·좁은 도량)이 새삼 떠오르기도 하고요.
조현문 전 부사장과 반대로 조현준 회장은 진중하게 경영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올 1분기 효성그룹 실적도 훌륭했죠. 특히 효성중공업은 매출액 1조761억원, 영업이익 1024억원을 기록해 역대 1분기 최고 실적을 올렸습니다. 조현문 전 부사장이 내팽개치고 떠난 효성중공업을 조현준 회장이 부활시킨 셈입니다.
조석래 명예회장은 조현준 회장, 조현문 전 부사장, 조현상 HS효성그룹 부회장 3형제에게 우애를 강조하면서도 효성그룹 대통을 잇는 후계자는 조현준 회장임을 명확히 했습니다. 조현준 회장과 조현문 전 부사장 간 극명한 대비를 보면서 조석래 명예회장이 옳은 결정을 내렸음을 실감합니다. 60년 명문 대기업 효성그룹의 미래를 밝힌 선택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