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대통령@연합뉴스


[뉴스임팩트=최진우 전문기자] 미·중 간 무역 갈등이 다시 격화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취임과 함께 중국산 전기차 및 배터리 등 전략 품목에 최대 104%에 이르는 고율 관세를 부과하며 전면전을 예고하자, 중국도 이에 질세라 84%의 보복 관세를 발표하며 강대강 대응에 나섰다. 이번 관세 충돌은 단순한 무역 분쟁 차원을 넘어 정치·외환·금융시장까지 영향을 미치는 복합적 전쟁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중국 때리기에 나선 트럼프와 보호주의 심화=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당시와 마찬가지로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기치로 내걸며 제조업 부흥에 사활을 걸고 있다. 특히 중국산 전기차 및 첨단 부품 수입이 미국 산업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104%의 고율 관세 부과는 자국 제조업 보호를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미국 공공정책연구소(CPP)의 에드워드 라슨 박사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관세 부과는 단순한 경제적 수단이 아니라, 정치적 지지를 확보하기 위한 메시지의 성격이 강하다”며 “자신을 적극 지지해온 중서부 제조업 벨트의 표심을 겨냥한 계산된 조치”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 같은 고율 관세는 WTO(세계무역기구) 규범과 다자 무역 질서를 정면으로 어기는 것이다. 국제통상법 전문가인 케빈 서미스는 “미국이 ‘국가안보 위협’을 명분으로 관세를 정당화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자국 내 산업 로비의 요구와 정치적 이득에 기반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만만치 않은 중국, 환율·금리·국채 매도로 총체적 반격=중국은 이번에도 단순 보복관세 이상의 전략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가장 주목되는 것은 위안화 평가절하이다. 최근 역외 위안화는 달러당 7.4273위안까지 하락하며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고, 이는 미국의 수출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중국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조치로 분석된다.

웰스파고의 아루프 채터지 전무는 “중국은 기준환율에 대한 통제를 점진적으로 완화하고 있으며, 향후 위안화 가치가 달러당 7.50선을 넘을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는 통제된 절하 정책으로 자국 수출을 방어하면서도 자본 유출 위험을 최소화하려는 계산”이라고 설명했다.

주목할 점은 미국 국채 시장에서의 이상 움직임이다. 9일 미국 10년물, 30년물 국채금리가 각각 4.51%, 4.99%까지 급등하며 가격이 폭락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는 중국이 보유한 미 국채(약 7610억 달러) 중 일부를 매도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메리츠증권 윤여삼 연구원은 “미 국채 급락은 단순한 수급 문제가 아니라 지정학적 메시지를 담고 있는 금융 보복”이라며 “중국은 미국의 대중 무역 압박에 ‘국채 무기화’를 통해 대응하는 중”이라고 해석했다.

JP모건의 타파니 왕 애널리스트도 “중국 인민은행이 다음 방어선을 어디로 정하든, 기준선이 명확히 낮아졌다는 것이 이번 사태의 본질”이라며 “환율과 국채 모두 중국의 전략적 선택지가 됐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노림수, 내부 방어 + 외부 압박=중국은 이번 대응에서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하나는 자국 경제의 안정과 수출 방어, 다른 하나는 미국 금융시장을 간접적으로 흔들어 정치적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첫째, 위안화 절하를 통한 수출 방어는 중국 제조업체들의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 글로벌 수요가 위축된 상황에서 환율을 무기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둘째, 국채 매도는 미국의 금리를 인위적으로 상승시켜 경제 압박을 가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는 미국의 부채비용을 증가시키고, 트럼프의 주요 정책 기반인 ‘재정 확대’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카드다.

호주뉴질랜드은행(ANZ)의 잭 챔버스 수석전략가는 “이제 시장은 펀더멘털을 벗어난 심리전의 장이 됐다”며 “미·중 모두 경제뿐 아니라 금융 전반에서 무기화를 본격화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미·중 갈등은 단순한 무역전쟁을 넘어 ‘환율 전쟁’과 ‘채권 전쟁’을 포함하는 복합적인 경제전쟁 양상을 띠고 있다. 특히 환율 조작 의혹과 국채 매도는 양국 간 상호 불신을 극대화하며 글로벌 금융시장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중국의 전략은 ‘수세적 대응’이 아니라 ‘능동적이고 다층적인 반격’에 가깝다. 향후 미·중 관계가 지속적으로 긴장 구도를 유지할 경우,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은 장기화될 수 있으며, 신흥국을 포함한 전 세계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