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연합뉴스


[뉴스임팩트=최진우 전문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재집권 시 중동전쟁과 우크라이나 전쟁을 즉각 종식시키겠다고 자신했지만, 최근 협상 과정은 그의 호언장담과는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19일(현지시간) 트럼프의 평화 협상이 현실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으며, 오히려 그의 협상력이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 협상, 푸틴의 승리?=트럼프는 취임 전부터 "내가 협상하면 우크라이나 전쟁을 금세 끝낼 수 있다"고 공언해왔다. 하지만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의 최근 통화에서 그는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푸틴은 30일간의 에너지 인프라 시설 공격 중단과 전쟁포로 교환 같은 러시아에 불리하지 않은 조건만 수용했으며, 나아가 우크라이나의 무장 해제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동유럽 철수를 요구했다. 이는 사실상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영향권 아래 들어가야 한다는 주장이나 다름없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국가안보회의 선임보좌관을 지낸 피오나 힐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위원은 "푸틴은 실제로 아무것도 양보하지 않았지만 트럼프에게 양보한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이는 트럼프가 강대국과의 협상에서 효과적인 협상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오히려 상대방의 전략에 말려들고 있다는 분석으로 이어진다.

◇중동전쟁, 하마스-이스라엘 전쟁 재점화=우크라이나 협상이 난항을 겪는 와중에,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도 파국을 맞이했다. 가자지구에서 전쟁이 재개된 것은 미국이 예멘의 후티 반군을 공습하고 이란에 거듭 경고를 보낸 직후였다. 이 같은 일련의 사태는 트럼프가 자신했던 중동 평화 구상이 사실상 실패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에런 데이비드 밀러 선임연구원은 "트럼프는 위대한 협상가라는 본인의 이미지와 중동 및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는 냉혹한 현실을 조화시키지 못하고 있다"며 "그가 자랑하는 개인적인 협상 기술이 이런 다층적 국제 분쟁에서는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계 드러낸 트럼프 외교=트럼프의 협상이 실패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은 이유는 그의 외교 접근법이 현실적인 문제 해결보다는 신속한 승리를 과시하려는 정치적 목적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막스 베르크만 유럽·러시아·유라시아 국장은 "종전 협상이란 인내와 창의력을 요구하는 지루한 과정이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단순히 전쟁에서 빠져나가기를 원하는 듯하다"고 평가했다.

트럼프의 동맹국 압박 전략도 협상력을 저하시킨 요소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전직 국무부 고위 관리는 "트럼프는 동맹국들을 압박하는 데 주력했지만, 이는 결국 미국의 국제적 입지를 약화시키고 협상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았다"고 분석했다.

우파 성향 미국기업연구소(AEI)의 코리 샤키 외교정책·국방연구국장도 "트럼프는 빠른 승리를 얻으려는 조급함에 친구를 벌주고 적에게 상을 주는 전략을 사용했다"며 "이는 오히려 그의 협상력이 한계를 드러내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유럽, 우크라이나 지원 독자노선=트럼프가 푸틴과의 양자 협상에 초점을 맞추는 동안, 유럽 주요국들은 독자적으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방위 능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크렘린궁은 트럼프와 푸틴의 통화 후 "양자 모드로 우크라이나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발표했으며, 이는 유럽을 협상 테이블에서 배제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그러나 유럽 국가들은 이에 반발하며 방위력을 강화하고 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푸틴뿐만 아니라 트럼프도 강대국이 영향권을 나누는 세상을 그리고 있는 듯하지만 이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며 "유럽은 점점 더 자립하려는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에스토니아 총리는 내년 국방비를 GDP의 5% 이상으로 증액하겠다고 선언하며 "러시아는 여전히 유럽과 나토에 실질적 위협"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을 종합하면, 트럼프의 외교 정책이 실패로 귀결될 것이라는 전망은 점점 더 강해지고 있으며, 이는 미국의 국제적 위상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핵심 동맹국들과의 협력 없이 트럼프가 강대국 간 '빅딜'을 시도하는 전략은 현실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으며, 그의 협상력은 국제사회에서 점점 더 도전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