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겸 CEO@연합뉴스


[뉴스임팩트=최진우 전문기자] “나는 90세 넘어서도 코카콜라를 마시며 주식을 살 겁니다.”
결코 은퇴하지 않을 것으로 여겨졌던 ‘오마하의 현자’가 결국 은퇴를 선언했다. 94세의 투자 황제, 워런 버핏이 버크셔 해서웨이의 공식 경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히면서, 세계 금융계는 하나의 시대가 끝났음을 조용히 받아들이고 있다.

◇30세에 첫 백만장자, ‘버핏 신화’의 시작=1930년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태어난 워런 버핏은 어린 시절부터 비범했다. 11세에 처음 주식을 샀고, 15세에는 신문 배달로 번 돈으로 오마하 시내에 부동산을 구입했다.

하버드 비즈니스스쿨에 거절당한 그는 벤저민 그레이엄의 가치투자를 배우기 위해 컬럼비아 대학원에 진학했고, 이후 ‘합리적인 가격에 위대한 기업을 사라’는 투자 철학을 평생 실천했다.

그의 대표작은 단연 버크셔 해서웨이의 탈바꿈이다. 원래 쇠락해가던 섬유회사였던 버크셔를 인수한 그는 철저한 가치 분석과 장기 보유 전략으로 인터넷 보험회사 가이코(GEICO), 코카콜라,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애플 등 수많은 ‘황금주식’을 장기 보유하며, 오늘날 자산 9000억 달러에 달하는 복합 투자기업으로 성장시켰다.

2023년 기준 그의 개인 재산은 약 1200억 달러. 그러나 그보다 더 주목할 점은, 그는 이미 그 중 99%를 기부하겠다고 약속한 ‘기부하는 억만장자’라는 사실이다. “돈은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보다 더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서 쓰여야 한다”는 신념은 투자 이상의 유산으로 남는다.

◇‘실리콘밸리보다 오마하’, 그의 투자 철학이 남긴 것들=워런 버핏의 스타일은 시대를 역행했다. 빠르게 성장하는 테크 스타트업이 인기를 끌 때도 그는 안정적인 소비재, 금융, 보험업에 집중했다. 그 결과는 명확했다. 나스닥이 폭락하고, IT 버블이 붕괴될 때도 버핏의 포트폴리오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냈다.

그는 투자자들에게 끊임없이 "당신이 이해할 수 있는 사업에 투자하라", "시장을 이기려 하지 말고, 시장과 친구가 되라"고 조언해왔다. 그 말은 지금도 수많은 주식 초보자들의 안내서가 되고 있다.

그의 연례 주주총회는 ‘자본주의의 우드스탁’으로 불릴 정도로 세계 투자자들의 성지순례가 되었다. 바로 그 무대에서, 그는 2025년 5월, 전격적으로 은퇴를 발표했다.

◇후계자는 누구인가? ‘그렉 아벨’이란 이름=버크셔 해서웨이의 다음을 이끌 인물로는 그렉 아벨 부회장이 지목됐다. 1962년생 캐나다 출신인 그는 버크셔의 에너지 계열사 CEO로 오랜 기간 실무를 지휘하며 탁월한 운영 능력을 인정받았다.

버핏 역시 평소 “내가 오늘 밤 죽는다면, 내일 당장 그렉이 회사를 잘 이끌 것이다”라고 말할 정도로 깊은 신뢰를 보냈다. 그는 숫자에 강하고, 기업 문화에 충실하며, 무엇보다 ‘버핏식 경영’의 원칙을 고스란히 계승할 수 있는 인물로 평가된다.

시장 전문가들은 “버핏의 은퇴는 하나의 상징적인 마감이지만, 버크셔의 철학은 그렉 아벨 체제에서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워런 버핏 없는 버크셔는 과연 성공할까?=버핏 없는 버크셔가 과연 같은 길을 갈 수 있을까. 일부 투자자들은 리더십 교체 이후 전략 변화나 성과 저하를 우려하기도 한다. 하지만 워런 버핏은 수년 전부터 경영권 이양을 준비해왔다.

투자 파트너 찰리 멍거가 세상을 떠난 후, 버핏은 한층 더 본격적인 후계 구조를 다졌고, 아벨과 토드 콤브스, 테드 웩슬러 등으로 구성된 핵심 투자 팀도 이미 실력을 검증받고 있다.

미국 CNBC는 “버핏의 은퇴는 ‘충격’이 아니라 ‘예고된 전환’이었다”며 “그가 남긴 투자 철학과 기업 문화는 오히려 이제 더 뚜렷하게 살아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설은 퇴장하지만, 그 이름은 사라지지 않는다=워런 버핏은 이제 증권거래소에서 매일 주가를 확인하지 않아도 되는 삶으로 들어간다. 하지만 그의 이름은 매년 ‘투자의 교과서’로서, 혹은 ‘자본주의의 양심’으로서 불릴 것이다.

그가 우리에게 남긴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어쩌면 이 말일지도 모른다.“20년 뒤에도 내가 산 기업이 그대로 존재하길 바란다. 주식은 숫자가 아니라, 사람들의 삶과 연결된 진짜 비즈니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