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이탈리아, 일본의 공동 개발 프로그램 GCAP@연합뉴스
[뉴스임팩트=최진우 전문기자] 2025년 들어 중국이 인공지능(AI) 기반 차세대 전투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전세계 전투기 개발을 주도해온 미국은 자국의 6세대 전투기 개발 프로그램 일부를 사실상 ‘보류’하면서 차세대 전투기 경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중국 관영 매체 중궈신원왕(中国新闻网)은 최근 보도를 통해 중국항공공업집단 산하 선양항공기설계연구소(SAC)가 자국의 대형 AI 언어모델인 ‘딥시크’를 활용해 6세대 스텔스 전투기 개발에 본격 착수했다고 전했다. 선양연구소는 중국 해군 함재기 J-15와 스텔스 전투기 J-35를 설계한 주축 기관이며, 이번 AI 적용은 미래 전투기의 ‘스마트 설계’ 시대를 여는 신호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 AI로 전투기 설계의 패러다임을 바꾸다=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왕융칭 SAC 수석 설계사는 최근 인터뷰에서 “LLM(거대언어모델)은 이미 미래 항공우주 연구개발에 새로운 아이디어와 접근법을 제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이 AI 모델을 통해 반복적 설계 작업을 자동화하고 연구 인력을 고부가가치 영역으로 전환시키는 한편, 방대한 시뮬레이션 데이터를 활용해 설계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CNA 러시아연구센터의 군사기술 전문 분석가인 샘 벤데트는 “중국은 AI 기술을 실제 무기체계 설계에 본격적으로 통합하고 있으며, 이는 미국보다 더 과감한 접근”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의 경우 여전히 인간 설계자 중심 체계를 고수하는 경향이 있어, 기술 적용 면에서 중국이 실험적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NGAD 속도 조절 배경은=이와 대조적으로 미국은 6세대 전투기 개발을 위한 차세대 공중우세(NGAD) 프로그램을 놓고 속도조절에 들어갔다. 미 공군은 2024년 중반 예산안 협의 과정에서 NGAD 본계약 일정을 연기했고, 록히드마틴과 노스럽그루먼이 경쟁 중이던 시제기 생산 계획도 일부 보류된 상태다.
CNN에 따르면 미국 공군성 장관 프랭크 켄달은 최근 워싱턴에서 열린 ‘공군협회 연례 포럼’에서 “지속가능한 예산, 전략적 필요, 동맹과의 조율을 고려할 때 NGAD의 양산 시점을 신중히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미 안보 싱크탱크 RAND의 항공전력 전문가 레베카 그랜트는 “미국은 현재 J-20 같은 5세대 전력의 확장을 우선시하면서, 6세대는 보다 복합적 전략 틀에서 접근하고 있다”며 “기술은 준비됐지만 정치와 예산, 우선순위가 문제”라고 분석했다.
◇차세대 전투기경쟁 결국 AI가 관건=중국은 이미 J-35, J-50으로 이어지는 전투기 개발의 연속성 속에서 차세대 AI 융합형 플랫폼에 도전장을 내민 상태다. 특히 SAC가 공개한 6세대 개념기는 꼬리날개가 없는 스텔스 외형, 무인 드론 통제, 레이저 무기 탑재 등 기존 5세대 기체와 차별화된 기술 스펙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영국 IISS(국제전략문제연구소) 소속 군사분석가 더글러스 배리는 “중국의 차세대 전투기 전략은 빠르게 진화 중이며, 미국이 우위를 점하고 있던 기술 영역에서도 추격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특히 AI 활용 역량은 향후 무인기 편대 전술, 자율 전투 등 미래 전장에서 큰 차이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전략적 유연성이냐, 기술적 실험성이냐=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국의 ‘속도 조절’이 반드시 후퇴는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미 공군 출신 군사전략가 토머스 카라코는 군사전문매체 디펜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신기술을 무리하게 밀어붙이기보다는, 기존의 F-35, B-21 등과 연계한 통합 전력 구성을 먼저 구축하려 한다”며 “이는 전략적 유연성 확보 차원에서 장기적으로 현명한 선택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중국은 위성 기반 통신, 드론 편대 운용, 유무인 통합 전투 등의 미래 기술을 실제 전투기 개발에 빠르게 통합하고 있어, 향후 ‘위험 감수형 개발 모델’에서 단기적 우위를 가져갈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과 중국은 현재 서로 다른 길을 가고 있다. 미국은 기술 완성도와 전략적 연결성을 중시하며 6세대 개발 속도를 조절하고 있고, 중국은 기술적 실험성과 AI 주도 혁신을 통해 앞서 나가려 한다. 향후 몇 년간 두 나라의 접근법이 성과로 이어질지 여부는, AI의 무기화 속도와 실제 전장 적용 가능성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국방 분석가 로렌 톰슨은 디펜스 뉴스에 기고한 글에서 “향후 공중전의 핵심은 단순히 스텔스나 기동성보다, AI 기반 의사결정과 자율 운용 능력이 될 것”이라며 “중국이 여기에 먼저 도달한다면, 미군의 공중우세 개념은 중대한 도전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