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들에게 사과하는 유영상 SK텔레콤 사장.@출처=연합뉴스

[뉴스임팩트=이상우기자] 해킹 사고로 계약을 해지한 이용자들의 위약금을 면제하라는 정부 주문을 유영상 SK텔레콤 사장이 받아들였다. 그는 "위약금 면제 수용은 저와 SK텔레콤 이사회의 결정 사안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관여하지 않았다"며 자율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지난 4월 SK텔레콤 홈 가입자 서버(HSS)에 침입한 해커들이 악성코드를 활용해 대량의 유심 정보를 유출했다. 유심(USIM)은 가입자를 식별, 인증해 이동 통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만드는 모듈이다. 유영상 사장은 1970년생으로 서울대 산업공학과를 나왔다. SK텔레콤 사업개발본부장, 전략기획부문장을 지냈다. 2021년 11월 대표이사 사장이 됐다.

5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지난 4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65 SK T타워에서 해킹 사고 관련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SK텔레콤의 유영상 사장, 임봉호 MNO(이동통신) 사업부장, 류정환 네트워크 인프라센터장 등이 참석했다.

지난 4일 정부는 해킹 사고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정부는 "SK텔레콤이 유심 정보를 보호해 이용자에게 안전한 통신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며 계약 해지 이용자 위약금 면제 수용을 압박했다. 이에 SK텔레콤이 정부 요구를 받아들이겠다는 취지의 기자회견을 당일에 열었다.

유영상 사장은 "정부의 해킹 사고 조사 발표를 무겁게 받아들인다. 고객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5000억원 규모 고객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했다. 5년간 7000억원을 들여 정보 보호 시스템을 정비하겠다고도 했다.

위약금 면제와 환급은 지난 4월 19일부터 이달 14일까지 계약을 해지한 고객을 대상으로 이뤄진다. 전 고객 8월 통신 요금 50% 할인과 5개월간 데이터 50GB 추가, 멤버십 제휴 50% 이상 할인도 보상안에 포함됐다.

유영상 사장은 SK텔레콤이 빠르게 움직인 건 자신과 이사회 결단이며 최태원 SK그룹 회장과는 무관하다고 했다. 최고경영자(CEO)인 자신이 해킹 사고의 최종 책임자라는 의미다.

(사진 왼쪽부터) 단상에서 질문에 답변하는 SK텔레콤의 류정환 네트워크 인프라센터장, 유영상 사장, 임봉호 MNO(이동통신) 사업부장.@출처=연합뉴스

다음은 주요 질의응답 내용이다.

ㅡ정보 보호에 7000억원, 고객 보상에 5000억원을 쓰면 실적에 타격이 크지 않나.

"당연히 실적에 부정적 충격이 있을 거로 본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고객 신뢰를 회복하고 SK텔레콤을 보안이 강한 회사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 단기적 실적 하락은 감내하려 한다."

ㅡ위약금 면제 결정으로 회사가 감당해야 하는 손해는.

"위약금 면제는 SK텔레콤으로선 굉장히 힘든 결정이다. 큰 손실이 발생하겠지만 고객 고충을 덜어드리는 것을 우선했다."

ㅡ실적 감소 폭을 수치로 말해달라. 아울러 인터넷·TV 결합 할인 고객도 계약 해지 시 위약금이 면제되나.

"고객 반응을 알 수 없는 단계여서 정확한 수치를 말하긴 어렵지만 중대한 실적 악화 요인은 맞기에 공시까지 했다. 위약금 면제는 모바일이다. 결합 할인 고객의 경우 위약금 면제가 모바일에 한정된다. 유선은 해킹 사고와 무관하므로 해당 사항이 없다."

ㅡ왜 이달 14일을 위약금 면제 기한으로 정했나.

"사실 계약 해지를 원하는 고객은 지난 2~3개월간 대부분 SK텔레콤을 떠났다. 그분들에겐 위약금 환급을 해드리려 한다. 유심 보호 서비스, 유심 교체가 충분히 진행됐기에 추가 계약 해지 고객은 거의 없을 거로 생각한다. 그래도 계약 해지를 원하는 고객이 있다면 경쟁사로 옮겨갈 수 있도록 열흘가량 시간을 보장한 거다."

ㅡ데이터 50GB 보상은 무제한 데이터 고객에겐 별 의미가 없지 않나.

"많이 고민한 부분이다. 하지만 비싼 요금제를 사용하는 고객과 요금을 적게 내는 고객 간 형평성을 고려해야 했다. 통상 무제한 데이터 고객들은 요금을 많이 내기에 보상안에 있는 통신 요금 할인도 많이 받을 거다. 반면 저렴한 요금제 가입 고객은 통신 요금 할인을 많이 못받는다. 대신 이들에겐 데이터 50GB가 큰 가치를 지닌다. 전체적으로 보면 형평성이 맞지 않나 여겨진다."

ㅡ위약금 면제를 수용한 건 SK텔레콤 차원에서 내린 결정인가 아니면 SK그룹이 결단한 건가.

"SK텔레콤은 이사회 중심 경영을 지향한다. 국회 청문회 때도 말씀드렸지만 저와 이사회가 판단하고 결정한다. 최태원 회장이 해킹 사고에 대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