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 포스터. @뉴스임팩트 자료사진


[뉴스임팩트=최진우 전문위원] 우리역사가 낳은 불세출의 영웅, 이순신 장군의 마지막 전투를 그린 ‘노량: 죽음의 바다’는 한 명의 영웅이 아니라, 나라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운 이들의 운명을 그린 역사 서사다.

명량(2014)과 한산: 용의 출현(2022)에 이어지는 ‘이순신 3부작’의 완결편으로, 영화는 노량해전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스크린에 웅장하게 재현한다. 하지만 노량은 단순한 해상 전투의 재현을 넘어, 전쟁이 인간에게 남기는 흔적과 이순신이라는 인물이 지닌 운명적 비극을 깊이 있게 조명한다.

1598년 12월, 조선과 명나라 연합군은 일본군의 철수를 저지하기 위해 노량 앞바다에서 최후의 해전을 벌인다. 노량은 이 전투에서 이순신(김윤석 분)이 보여준 전략과 희생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전작들에서 보여준 치열한 해상 전투 장면은 더욱 정교해졌고, 거친 파도 위에서 벌어지는 처절한 싸움은 관객을 압도한다. 특히 적진을 돌파하는 조선 수군의 움직임과 이순신의 결단은 스크린을 가득 채우는 긴장감으로 몰입도를 높인다.

하지만 영화의 진정한 무게는 단순한 전투 장면이 아니라, 이순신이라는 인물의 마지막 순간에서 나온다.전쟁이 끝을 향해 가면서, 이순신은 점점 죽음을 직감한다. “싸움이 급하니 나의 죽음을 알리지 말라”는 그의 마지막 말처럼, 그는 개인이 아니라 국가를 위해 싸운 인물로 남는다. 영화는 이 순간을 강조하며, 전쟁이 단순한 승패가 아니라 한 시대를 살아간 이들의 희생과 헌신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되새긴다.

이순신은 한국 영화와 드라마에서 수없이 다뤄진 인물이지만, 노량은 그를 단순한 영웅이 아니라 한 인간으로 조명한다. 김윤석은 이전의 이순신들과는 또 다른 해석을 보여준다. 강인한 리더십 속에서도 노량해전을 앞둔 그의 고뇌와 피로, 그리고 운명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담담하면서도 강렬하게 표현된다. 이는 ‘불패의 명장’이라는 신화적 이미지에서 벗어나, 마지막 순간까지 전장을 지킨 한 인간으로서의 모습을 부각시키고자 했던 감독의 고심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또한, 노량은 이순신 혼자만의 영화가 아니다. 명나라 장수 등자룡(정재영 분), 일본 장수 시마즈 요시히로(허준호 분) 등 다양한 시각에서 전쟁을 바라본다. 이는 단순한 조선과 일본의 대결이 아니라, 전쟁 속에서 각자의 신념과 운명을 안고 싸우는 이들의 이야기로 확장된다.

특히 일본군 측 인물들도 입체적으로 그려져, 전쟁이 승자와 패자만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이를 소모시키는 과정임을 강조한다.

노량의 가장 큰 강점은 전작들보다 더욱 발전된 해상 전투 장면이다. 명량이 극적인 한산도 대첩을, 한산이 전략적인 학익진 전법을 강조했다면, 노량은 전쟁의 혼란과 마지막까지 싸우는 이들의 모습을 더욱 사실적으로 담아낸다. 특히 밤바다에서 불길이 휘몰아치는 전투 장면은 마치 전쟁터에 직접 들어온 듯한 느낌을 준다. 강한 파도, 화살과 대포가 빗발치는 장면들은 시각적으로도 압도적이며, 조선 수군의 최후의 결전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하지만 노량이 단순한 전쟁 영화로만 머물렀다면, 그 감동은 덜했을 것이다. 영화는 이순신의 마지막 순간을 통해, 전쟁이란 것이 단순한 승리나 패배의 문제가 아님을 상기시킨다. 이순신의 희생과 그의 후계자들이 남긴 유산은 단순한 역사적 사건이 아니라, 한국인들의 정신 속에 살아 있는 유산으로 남는다.

노량은 이순신의 최후를 그린 영화지만, 동시에 그의 정신이 영원히 남아 있음을 보여준다. 바다는 그의 피와 땀으로 물들었지만, 그가 남긴 유산은 오늘날까지도 우리 곁에 남아 있다. 전쟁의 끝자락에서 피어난 마지막 전설, 그것이 바로 노량이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다.


평점: ★★★★☆ (5점 만점)

최진우 wltrbriant6520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