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해군 버지니아급 핵 추진 잠수함 '버몬트함'(SSN-792·7800t급)@연합뉴스

[뉴스임팩트=최진우 전문기자] 해양 패권을 둘러싼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잠수함 기술은 21세기 해군 전략의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미국이 개발한 버지니아급(Virginia-class) 공격형 핵잠수함은 현대 해군 역사상 가장 성공적이고, 동시에 가장 비싼 잠수함 프로그램 중 하나로 꼽힌다. 척당 가격이 약 40억 달러(약 5조 8000억 원)에 달하며, 첨단 스텔스 기술과 강력한 타격 능력으로 전장을 지배하는 ‘보이지 않는 창’으로 평가된다.

◇가격 및 개발 비용=버지니아급 핵잠수함 프로그램은 냉전 종식 이후 잠수함 전력의 현대화를 위해 시작되었으며, 1998년부터 건조가 시작되어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된 버전이 생산되고 있다. 미국 해군은 총 66척을 계획하고 있으며, 전체 사업 비용은 1620억 달러(약 231조 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 킹스칼리지 런던의 해양 안보 전문가인 피터 로버츠는 "버지니아급 잠수함은 현대 해군 전략에서 가성비 측면보다는 압도적인 전술적 우위를 제공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가격은 천문학적이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는 플랫폼"이라고 평가했다.

버지니아급은 기존 시울프(Seawolf)-급 잠수함보다 저렴하면서도 다양한 임무 수행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었지만, 시간이 지나며 각종 첨단 기술이 추가되면서 가격이 대폭 상승했다. 특히 최신 블록 V(5) 버전부터는 미사일 수직발사관(VPM, Virginia Payload Module)이 추가되어, 전작 대비 장거리 타격 능력이 크게 강화됐다.

◇주요 특징 및 성능=버지니아급 핵잠수함은 스텔스 성능을 극대화해 적군에게 탐지되지 않은 채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해군 전략가 토마스 마혼은 "버지니아급의 소음 억제 기술은 전 세계 잠수함 중에서도 가장 앞서 있다. 러시아, 중국도 따라오지 못하는 수준"이라고 설명한다.
버지니아급의 핵심 성능은 네 가지로 구분된다.

첫째, 핵추진 시스템으로, 원자로를 통해 거의 무제한 작전 시간이 가능하며, 연료 교체 없이 약 33년 동안 운용이 가능하다. 둘째, 토마호크 미사일 탑재로, 공대지 정밀 타격용 순항미사일 12기 이상 탑재 가능하고, 블록 V부터 최대 40기가 운용된다. 셋째, 특수작전 지원인데, 네이비 씰(Navy SEAL) 등 특수부대의 잠수함 기반 침투 작전 지원 기능을 갖추고 있다. 넷째, 무인잠수정 운용으로, 수중 무인기(UUV)를 통한 정찰 및 기뢰 탐지 작전 수행이 가능하다.

이 잠수함은 해저에서 은밀하게 이동하면서 적의 항구, 방공망, 군사 기지를 정밀 타격할 수 있고, 적 잠수함과의 교전에서도 강력한 성능을 발휘한다.

◇논란과 평가=버지니아급 잠수함도 예산 초과와 개발 지연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미 의회 회계국(GAO)은 2021년 보고서에서 "블록 V 잠수함의 제작 비용이 초기 예측을 크게 초과했고, 일정 지연으로 인한 추가 비용 발생도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호주 로위연구소(Lowy Institute)의 국방 분석가 샘 로간은 "버지니아급 잠수함은 그 가격만큼의 압도적인 전략적 가치를 제공하지만, 동맹국 입장에서 도입은 부담스러운 선택일 수 있다. 호주도 AUKUS 협정을 통해 이 잠수함 도입을 검토하면서 내부적으로 큰 논쟁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버지니아급 잠수함을 호주에 수출하기 위한 AUKUS 협정(미국-영국-호주 안보

협약) 체결 이후, 기술 이전과 건조 비용을 둘러싼 논란이 국제적으로 확산되기도 했다. 호주 국민들 사이에서도 10조 원을 초과할 잠수함 도입 비용에 대한 부담감이 커지고 있다.

◇미래 전망=미국 해군은 2040년대까지 버지니아급 잠수함을 계속 생산해 60척 이상의 전력을 갖출 계획이며, 이와 병행해 차세대 공격형 잠수함 프로그램(SSN-X) 개발도 추진 중이다.

미 해군 잠수함 사령부(COMSUBFOR)의 두그 페리 제독은 최근 한 군사전문지와의 인터뷰에서 "버지니아급 잠수함은 단순한 무기가 아니라, 미국 해양 전략의 핵심 축이다. 동맹국과의 연합 작전에서도 이 잠수함의 역할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텔스, 정밀 타격, 특수작전 수행까지 가능한 버지니아급 잠수함은 단순한 잠수함을 넘어, 미래 해양 전장의 판도를 바꿀 전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고비용 논란에도 불구하고, 세계 최강 해군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필수 무기로서 그 가치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