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2일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관세지시 행정명령에 사인한 모습@연합뉴스


[뉴스임팩트=이정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이후 연이어 강경한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펼치며, 특히 관세를 무기화하는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최근 캐나다산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추가 관세(총 50%) 부과 결정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일방적인 경제 정책이 미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이번 조치가 캐나다의 전기 요금 인상에 대한 보복이라는 점에서 즉흥적이고 감정적인 대응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그러나 문제는 단순히 캐나다와의 무역 갈등이 아니라, 이 같은 정책이 장기적으로 미국 경제에 심각한 부메랑 효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미국 제조업, 보호받기는커녕 더 큰 타격=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제조업 보호’를 내세우며 관세를 부과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미국 내 제조업체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을 전망이다. 철강·알루미늄과 같은 원자재의 가격이 상승하면 자동차, 항공, 건설업 등의 제조 비용이 증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국 자동차산업협회의 존 쿠삭 IR 담당자는 “철강·알루미늄 가격 상승으로 인해 미국 내 자동차 제조 비용이 높아지고 있으며, 이는 소비자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결과적으로 미국 기업들이 경쟁력을 잃고 해외 시장에서 더욱 불리한 위치에 놓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같은 문제는 과거에도 확인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벌이며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부과했을 때, 미국 내 자동차 업체들은 원가 상승으로 인해 공장 가동을 줄였고, GM(제너럴 모터스)은 일부 공장을 폐쇄하기도 했다. 최근의 캐나다산 철강 관세 역시 같은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소비자 부담 증가 → 경기 위축 가능성=관세 정책이 계속될 경우, 필연적으로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제조업체들은 이를 제품 가격에 반영할 것이고, 결국 소비자들이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경제학자 마이클 스펜서 박사는 “소비자 물가가 상승하면 가계의 가처분 소득이 줄어들고, 이는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특히 중산층과 저소득층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모건스탠리의 최근 보고서에서도 “관세 인상으로 인해 소비재 가격이 상승하면, 미국 가계의 실질 구매력이 줄어들면서 경제 성장률이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즉, 관세가 기업뿐만 아니라 일반 소비자들에게도 직접적인 타격을 주면서, 미국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공급망 붕괴와 무역 파트너 이탈=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인 관세 정책은 미국의 주요 무역 파트너들에게 신뢰를 잃게 만들고 있다. 캐나다, 유럽연합(EU), 중국 등은 이미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보복 조치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캐나다의 경우, 미국으로 향하는 전기 요금 인상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보복조치를 밝히자 즉각 미국산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를 고려하고 있다. 유럽연합도 미국이 자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할 경우 강경 대응할 것임을 시사했다.

프랑스 경제학자 자크 드라하우스 교수는 “미국이 일방적으로 관세를 올릴 경우, 결국에는 무역 파트너들이 새로운 공급망을 찾게 되면서 미국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점차 고립될 위험이 있다”며 “장기적으로 미국 기업들이 국제 무역에서 경쟁력을 상실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