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8년 9월 아돌프 히틀러 독일 총통과 뮌헨 협정을 맺은 뒤 영국 국민 앞에서 우리 시대를 위한 평화를 지켜냈다고 전하는 네빌 체임벌린 영국 총리.@위키미디어 커먼스
[뉴스임팩트=이상우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년째 진행 중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매듭짓고자 분주하다. 다만 트럼프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배제한 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만 대화하려 한다. 이에 트럼프식 종전이 '우리 시대의 평화'로 끝날 거란 우려가 제기된다.
우리 시대의 평화는 1938년 9월 네빌 체임벌린 영국 총리가 아돌프 히틀러 독일 총통과 뮌헨 협정을 체결한 후 "나는 이것이 우리 시대를 위한 평화라고 믿습니다(I believe it is peace for our time)"고 말한 데서 유래했다. 체임벌린은 협상으로 평화를 지켰다고 생각했지만 히틀러는 1939년 폴란드를 침공하며 2차 세계 대전을 일으켰다.
22일 CNN에 따르면 트럼프는 최근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사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푸틴과 이달 중 만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미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종전 협상을 개시한 데 이어 잇따라 푸틴에게 유화적인 태도를 보인 셈이다.
반면 트럼프는 전쟁 피해자인 우크라이나와 젤렌스키에겐 쌀쌀맞다. 그는 "독재자 젤렌스키가 서두르지 않으면 나라를 잃는다", "그저 그런 코미디언", "수월한 돈벌이(gravy train)를 유지하고 싶어 한다"며 연신 독설을 쏟아내고 있다.
트럼프의 행보에 대해 이런저런 분석이 나온다. 그중에서 사업가 기질이 강한 트럼프가 '우크라이나 영토를 러시아에 떼주고 미국·러시아 관계를 개선하는 게 미국 국익'이란 판단을 내렸다는 의견이 눈에 띈다.
민주주의 수호, 세계 질서 유지라는 명분보다 우크라이나 지원금 절약, 러시아 천연자원 접근권 확보, 중국·러시아 연대 견제라는 실리를 트럼프가 택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트럼프 의도대로 푸틴이 움직여줄지는 미지수다. 러시아 제국, 옛 소련의 영광을 재현하려는 푸틴에게 우크라이나는 반드시 정복해야 하는 대상이어서다.
당장은 푸틴이 트럼프 입장을 고려해 우크라이나 영토 일부 점령에 그치더라도 1~2년 휴지기를 거친 뒤 구실을 만들어 전쟁을 재개할 수 있다. 이 경우 히틀러를 믿었던 체임벌린의 실수를 트럼프가 반복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