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궁-Ⅱ 사진@연합뉴스
[뉴스임팩트=이나현기자] K-방산 원팀인 LIG넥스원과 한화의 내부분열이 당초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3조7135억원 규모의 천궁-Ⅱ 이라크 수출 계약의 세부 사항을 둔 LIG넥스원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시스템의 갈등이 아직까지 봉합되지 않고 있다. 세 회사가 수출 계약 이행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하며 예정대로 천궁-Ⅱ를 생산하기로 했지만, 납품 단가에 관해서는 합의점을 찾지 못한 상황이다. 당초 올해 2월까지 협상을 마무리 짓는다는 계획이었지만 기한을 넘길 가능성이 점쳐진다.
천궁-Ⅱ는 국방과학연구소(ADD) 주관으로 개발된 무기다. LIG넥스원이 주계약자로서 미사일과 통합체계를 담당하며,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시스템은 부체계 공급업체로서 각각 발사대와 차량, 탑재 레이더를 생산해 납품하고 있다.
3사의 갈등은 지난해 9월 20일 LIG넥스원이 이라크와 천궁-Ⅱ 수출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한 직후부터 시작됐다. 한화 측이 LIG넥스원이 사전 협의 없이 독단적으로 계약을 마무리 짓고, 무리한 납기 조건과 단가를 강요하고 있다고 반발하면서다. LIG넥스원이 계약을 맺고 한화에 하청을 주는 형태라 한화의 물량 납품 단가가 높아지면 LIG넥스원의 수익성이 낮아질 수 있어 시선이 쏠렸다.
반면, LIG넥스원은 여러 업체들의 방문 필요 없이 주계약업체가 와서 협상을 했으면 좋겠다는 이라크 측의 긴급요구가 있었다며, 한화 본사를 직접 찾아가 이라크 수출 건에 대한 검토를 서둘러 줄 것을 요구했으나 제대로 답변이 오지 않아 부득이하게 앞서 협의했던 내용을 바탕으로 계약을 진행했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이라크 수출은 기술이전이나 현지생산이 포함되지 않는 완성품 공급 사업 형식이라 조기납품에도 문제가 없을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납품 규모와 기한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는 방산 물자 특성상 단가에 대한 양측의 의견 차이가 쉽사리 좁혀지지 않고 있다. 갈등을 중재해야 할 방위사업청은 납품 단가는 기업끼리 합의해야 할 문제라 선뜻 개입하기 어렵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의 갈등이 지속될 경우 K-방산의 공급 안정성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줄 수 있어 우려가 크다. 한화는 이라크 수출 건은 앞선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건과 달리 군수 지원의 일종인 동시조달수리부속(CSP)이 포함됐다는 점에서 납품단가를 올려야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다만, 업계는 LIG넥스원의 무기 사업 의존도가 높은 만큼 납품 단가 협상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