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공군과 공동훈련 중인 항공자위대의 F-2 전투기. @항공자위대 X


[뉴스임팩트=이정현 통신원] 미사일 보관정비와 관련해서는 해상자위대의 AIM-7 스패로우라는 나쁜 전례가 있다.

AIM-7는 미국 레이시온사가 개발한 중거리 공대공미사일이었지만 함정용 미사일을 찾지 못했던 당시 해상자위대는 헬기구축함 시라네(しらね)에서 사용할 목적으로 AIM-7를 구입했지만 군함용으로 개량된 RIM-7(시스패로우)가 등장하면서 치장물자로 전환했다.

이후 해상자위대는 해당 미사일을 훈련에서조차 한 차례도 사용해보지 못하고 2010년경까지 약 30년간 보관정비만 계속하다가 폐기한 전례가 있다.

일본의 미사일 대량구입에 따른 또 다른 문제는 발사수단 자체가 없어지는 경우다. 실제 전쟁이 일어났을 때 해당 미사일들을 발사할 수 있는 호위함이나 전투기가 계속 있을지 의문이라는 이야기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15종의 미사일에 포함되어 있는 AAM-4와 23식 SAM이 해당된다. AAM-4는 F-2 전투기와 F-15 전투기용 공대공 미사일이지만 F-2는 2030년경에 수명이 다할 예정이고 F-15 역시 성능과 유지비용 등을 고려하면 비슷한 시기에 퇴역에 들어간다.

즉 고작 5년 뒤면 AAM-4의 발사수단 자체가 없어진다. F-35 전투기는 AAM-4를 탑재할 수 없고 영국, 이탈리아와 함께 개발 중인 차기 전투기는 2035년 배치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과거 전투기 개발사례를 비추어 보면 10년 이상 연기될 가능성도 있는데다 AAM-4 탑재를 위한 어떠한 협의도 이루어진 적이 없다.

23식 SAM은 탑재함을 발표하지 않은 점이 불안하다. 정식명칭은 23식 함대공유도탄으로 호위함용 대공미사일이지만 어떤 호위함에 탑재할 것인가에 대한 언급이 없다.

이를 두고 해상자위대가 23식 SAM을 거부했지만 방위성이 강요했다는 소문이 있다. 해상자위대가 정말로 원했던 대공미사일은 미국 레이시온이 개발한 ESSM BlockⅡ로 23식 SAM보다 모든 면에서 우월하지만 23식 SAM의 개발을 주도한 방위성 입장에서는 해상자위대가 아니면 오랜 시간과 비용을 들인 23식 SAM을 쓸 곳이 없기 때문이다.

이는 잠수함 유도탄 역시 마찬가지다. 당초 미국이 토마호크를 일본에 매각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하여 개발된 미사일이지만 작년 토마호크 매각이 미 의회에서 승인되자 23식 SAM의 용도는 사라졌음에도 방위성은 발주를 넣으려 하고 있다.

이처럼 미사일 대량구입에 따른 여러 가지 문제와 위험요소들이 산적해있음은 방위성도 이미 인지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까지 미사일 구입수량을 최소로 유지해온 것이다.

그렇다면 왜 갑자기 태도를 바꿔 미사일 부족을 해소하는 것 이상의 대량구매에 나선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생각지 않게 예산이 많아져 다 소화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일본의 방위비 증액은 방위성이나 자위대의 요구가 아닌 우익 정치인들의 정치적 목적이 선행되어 이루어졌다. 5년 간 43조 엔이라는 막대한 예산은 실제 계산을 통해 나온 결과가 아니기에 방위성은 갑자기 쏟아진 예산을 소진하는데 급급해진 상황이다.

때문에 모든 항목에서 예산금액을 무리하게 부풀리고 있고 올해 방위비 내역을 보더라도 먼저 정해진 8조 7005억 엔에 세부내역을 억지로 끼워 맞춘 모양새를 하고 있다.

때문에 미사일 대량구입도 급급한 대처의 일환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향후 높은 확률로 불량재고가 될 것을 알고 있지만 대량구입이 아니면 내려온 예산을 모두 소화할 수 없고 자칫 거액의 예산을 불용하기라도 하면 다른 부처에 빼앗길 것이라는 심리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