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35에서 발사되는 공대공미사일 AIM-120@RTX
Raytheon Technologies Corporation


[뉴스임팩트=이정현 통신원] 미국 국방부는 1200발 상당의 중거리 공대공미사일 AIM-120을 일본에 매각하기로 결정하였다고 지난 달 2일 발표했다.

기존에도 일본 항공자위대는 F-35A에서 사용하기 위해 AIM-120을 수차례 조달해왔지만 가장 많았을 때도 100발 전후였던 점을 고려하면 한 번에 1200발은 우리나라 돈 5조원이 넘어가는 36억 4000만 달러의 대규모 매각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번 일본 방위성의 미사일 대량구입 발표 이후 우려를 표하는 전문가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실제 전쟁이 발발했을 경우 탄약부족을 겪지 않도록 미리 재고를 늘려두는 조치는 결코 어리석은 선택이 아니지만 창고에 들어간 미사일들이 금세 구식이 될 우려, 보관과 정비에 소요되는 인력과 비용, 재고 미사일을 소진하기 전에 전투기나 함정들이 퇴역할 수 있는 문제 등이 산적해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일본 방위성은 올해 총 15종의 미사일을 구입할 예정에 있다.
용도별로 분류해보면 대공용으로 SM-3, SM-6, PAC-3, 03식 지대공유도탄 개선형, 23식 지대공유도탄, AIM-120, AAM-4의 7종. 대함용으로 12식 개선형, JSM, 23식 ASM의 3종. 대지공격용 다목적 유도탄 외에도 잠수함용 유도탄, 고속활공탄, 토마호크, JASSM의 4종을 조달한다.

당장 15종의 미사일들을 조달하는데 소요되는 비용도 비용이지만 종류와 수량 자체가 너무 많다는 지적이다. 육해공을 불문하고 자위대는 훈련 횟수가 적을 뿐더러 훈련 중에 미사일을 실제로 발사하는 경우도 많지 않기 때문에 대량의 미사일들은 미래를 대비한다는 명목 아래 바로 창고로 직행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미사일은 첨단기술의 집약체다. 전파나 광학기술, 신호처리 기술은 물론이거니와 소재와 로켓 모터 등의 세부요소들 역시 다른 병기들과 비교해서도 항상 최신기술을 탑재한다.

그만큼 기술혁신 주기가 짧아 빠르게 신형이 등장한다. 미사일은 통상 10년 정도면 세대교체가 이루어지는 탓에 대량의 미사일들을 일본이 10년 내에 전부 소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특히 일본산 미사일들은 더욱 빨리 불량재고로 전락하는데 과거 미쓰비시중공업이 생산했던 80식 공대함 미사일과 88식 지대함 미사일 등은 1980년대의 기술 그대로 현재도 탄약고 구석에 방치되어 있다.

보관 장소도 문제다. 미사일을 보관하는 탄약고는 만일의 폭발사고 등에 대비하여 화약류단속법이 정한 환산폭약량(換算爆薬量)만큼만 보관이 가능한 탓에 앞으로 대량구매가 이어진다면 탄약고 역시 증설이 필수적이지만 결코 간단한 이야기가 아니다.

새로운 탄약고를 증설하려 하면 주변 주민과 지자체들의 반발은 불 보듯 뻔하고 탄약고는 주택과 학교, 병원 등과 안전거리를 확보해야만 하는데 일본은 자위대 기지 주변에 주택이 있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에 안전거리 확보가 쉽지 않다.

과거 카나가와현 요코스카시에 있는 오오야베(大矢部)탄약고는 터널식으로 만들어져 환산폭약량 계산 아래 20톤의 탄약을 보관해왔지만 불과 50m 거리에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안전거리 규정에 의해 보관량이 100분의 1인 고작 200kg으로 줄어들기도 했다.

여기에 조달해온 미사일들을 정비하는 것도 일이다. 최신형 미사일이라 하더라도 오버홀까지는 아니지만 오래된 액체연료와 전지 등은 정기적으로 인력을 동원해 교환해줘야 한다.

지금까지는 미사일 보유 수 자체가 적어 문제가 되지 않았다. 가령 교환주기가 2년인 미사일이 자위대 전체로 치면 480발이 있지만 매월 20발씩 정비하면 되기 때문에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방위성의 계획대로 15종의 미사일이 매년 평균 50발씩 조달된다면 10년 뒤 자위대가 정비해야 하는 미사일은 7500발 이상이 된다. 미사일이 구식이 되더라도 보관과 정비는 계속되어야 하지만 이와 관련된 대책은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