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HD현대重, K-방산 위해 ‘원팀’…KDDX 신경전은 여전
상호 고발전 일단락됐지만…KDDX 수의계약vs경쟁입찰 물밑경쟁 치열
이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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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26 12:01 | 최종 수정 2024.11.26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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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임팩트=이나현기자]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해양 방산 수출 확대를 위해 화해 모드에 들어섰지만, KDDX 수주전에서는 또 다른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지난 22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를 방문해 한국형 차세대 구축함(KKDX) 군사 기밀 유출 사건과 관련한 HD현대중공업 고발 취소장을 제출했다.
이어 25일 HD현대중공업도 허위 사실 적시 및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제기한 한화오션에 대한 고소를 취하했다. K-방산 수출 호조를 이어가기 위해 국내 조선업계가 힘을 합쳐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상호 고발전이 일단락됐다.
최근 10조원 규모의 호주 호위함 사업에 개별적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가 고배를 마신 것이 양사에 협력의 필요성을 일깨웠을 것으로 보인다. 호주 정부는 1차 후보로 꼽힌 5곳 중 2곳을 가려냈는데, 정부와 원팀을 구성한 일본 미쓰비시중공업과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스(TKMS)를 최종 후보로 선정했다.
가격 경쟁력 면에서 국내 업체들이 경쟁국보다 앞서 있었던 만큼 업계의 충격이 컸다. 제안서 평가 때 호주 정부가 한국은 왜 두 개 업체가 제안서를 제출했는지 의아해했다고 알려지면서 일각에서는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의 갈등이 탈락에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해외 진출 확대를 위해 정부의 원팀 전략에 협조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업계는 70조원 규모의 캐나다 순찰 잠수함 프로젝트(CPSP)에서 양사의 첫 협력이 가시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강력한 경쟁 상대로 거론됐던 일본 가와사키중공업-미쓰비시 연합이 납기 문제로 CPSP 입찰 참여를 포기한 상황이라 업계의 기대가 쏠렸다.
얕은 수심과 복잡한 북극해 운용만 놓고 보면 소형 설계로 인한 독일 TKMS가 유리하다고 보는 시각도 있지만, 이번 CPSP가 중국 견제의 일환으로 대양 및 연안 작전까지 염두에 둔 것을 고려하면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의 수주 가능성 높다고 분석된다.
다만, KDDX를 둘러싼 양사의 신경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KDDX는 7조8000억원을 들여 2030년까지 6000톤급 차기 이지스 구축함 6척을 건조하는 사업이다. 이는 개념설계, 기본설계,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후속함 건조 순으로 진행되며, 앞서 한화오션이 개념설계를, HD현대중공업이 기본설계를 수행했다.
관행대로면 기본설계를 수행한 업체가 수의계약을 맺고 다음 단계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하지만 한화오션은 대법원이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의 군사기밀 유출에 대해 유죄 판결을 내렸던 점을 들어 이번 계약을 입찰에 부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공동 수주•공동 건조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지만, HD현대중공업은 적법 절차를 거쳐 기본설계 사업자로 선정된 만큼 단독 건조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화오션은 산업통상자원부에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산업체 지정 신청'을 냈다. 이를 산업부가 받아들여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을 복수 업체로 지정하면 방사청은 추후 수의계약과 경쟁입찰 방식 중 하나를 택해 사업을 추진하게 된다.
이에 HD현대중공업은 KDDX 공동 건조의 방향으로 여론이 조성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입장자료를 내고 “KDDX 사업이 많이 지연된 만큼 한화오션의 방산업체 지정 신청도 철회돼야 한다”고 전했다.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자 선정은 당초 7월 예정이었으나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의 갈등이 깊어지면서 기약 없이 미뤄진 상태다. 방위사업청은 이르면 올해 연말에 사업 추진 방식을 최종 결정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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