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ICC의 네타냐후 체포영장 발부에 미국이 더 흥분하는 이유

칼라트 전 장관 전쟁범죄 주도 방조
이스라엘군 가자지구 민간인 대규모 공습 인도적 지원차단 국제법 위반

박종국 승인 2024.11.27 10:36 의견 0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연합뉴스


[뉴스임팩트=박종국기자] 국제전범을 다루는 국제형사재판소(ICC)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요아브 갈란트 전 이스라엘 국방장관에 대해 반인도주의 범죄 및 전쟁범죄 혐의로 지난 21일(현지시간)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이 결정은 국제사회에서 다양한 반응을 불러일으키며 중동 정세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체포영장 발부 배경=ICC는 2023년 10월 발발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가자지구 전쟁에서 발생한 민간인 피해와 전쟁범죄 혐의를 조사한 결과, 네타냐후 총리와 갈란트 전 장관이 전쟁범죄를 주도하거나 방조했다는 증거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스라엘 군이 가자지구에서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공습과 인도적 지원 차단 등 국제법 위반 행위를 자행한 점이 주요 혐의로 지목되었다.

ICC는 "민간인 학살, 고의적 살인, 강제 이주 등의 행위는 로마규정에 따라 반인도주의 범죄로 간주된다"고 언급하며, 해당 결정이 가자지구 주민들을 위한 국제적 정의 실현의 첫걸음이 될 것임을 강조했다.

ICC에 회원국으로 가입하지 않은 이스라엘과 미국은 ICC의 체포영장 발부에 크게 분노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자국 총리가 전범 행위로 체포영장을 발부한 데 대해 불쾌감을 나타내고 있고, 이스라엘 편을 들고 있는 미국 역시 체포영장을 발부한 ICC에 대한 제재 가능성까지 들먹이며 반발하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검찰의 의도가 무엇이든 간에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전혀 동등하지 않다”며 “터무니 없다”고 비판했다.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체포영장 발부 직후 열린 상원 청문회에서 ICC에 대한 조치와 관련 의회와 협력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미국의 격렬한 반응은 네타냐후 총리의 강력한 로비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체포영장 집행 가능성=ICC의 체포영장은 124개 회원국에 대해 법적 구속력을 가지며, 회원국들은 네타냐후 총리나 갈란트 전 장관이 자국 영토에 입국할 경우 체포를 집행할 의무가 있다. 체포되면 네덜란드 헤이그의 ICC 재판정에서 재판을 받게 되는 만큼 이스라엘의 국제 외교 활동에 지장을 받게 된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지난 2023년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전쟁범죄 혐의로 ICC로부터 체포 영장이 발부된 후 우방국가가 아닌 나라에서 열리는 국제 회의에 불참하고 있다.

하지만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체포영장이 실제 집행될 가능성에는 여러 제한 요소가 존재한다.

먼저 이스라엘은 ICC의 회원국이 아니라는 것이 걸림돌이다. 이스라엘은 ICC의 설립 조약인 로마규정에 가입하지 않은 비회원국이다. 따라서 이스라엘 영토 내에서 체포영장을 집행할 가능성은 없다.

회원국의 정치적 고려도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일부 ICC 회원국은 네타냐후 총리를 체포할 경우 이스라엘과의 외교적 관계 악화를 우려해 체포영장을 집행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과거 수단의 오마르 알바시르 전 대통령 사례에서도 체포영장이 발부되었지만, 여러 회원국이 실행에 소극적이었던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네타냐후 총리가 현직 국가원수로서 국제법상 면책 특권을 주장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ICC는 국가원수라 하더라도 전쟁범죄 및 반인도주의 범죄에 대해서는 면책 특권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중동 정세에 미칠 영향=ICC의 이번 결정은 중동 정세에 큰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먼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간 갈등 격화 가능성을 꼽을 수 있다. 이스라엘은 ICC의 결정을 강하게 반발하며, 팔레스타인과의 갈등에서 더욱 강경한 입장을 취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가자지구 내 인도적 위기를 심화시키고, 이스라엘과 주변 아랍 국가 간의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다.

국제사회의 분열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주요 강대국의 입장이 갈릴 가능성도 존재한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이스라엘을 지지해왔으며, ICC의 권한을 제한적으로 인정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이번 체포영장 발부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반면, 유럽 일부 국가와 중동 지역 국가들은 ICC의 결정을 지지할 가능성이 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튀르키예의 역할이다.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ICC의 결정을 "용기 있는 판단"이라며 적극 지지했다.

튀르키예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중동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며, 이슬람권 국가들 사이에서 리더십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ICC의 결정은 또 팔레스타인 문제를 국제무대에서 재조명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특히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ICC의 결정을 지렛대로 활용해 이스라엘의 국제적 고립을 가속화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

ICC의 네타냐후 총리 체포영장 발부는 국제법적 정의를 강조하며, 중동 정세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체포영장의 실제 집행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며, 이는 국제사회의 정치적 역학 관계와 회원국들의 입장에 달려 있다.

이 결정은 중동 갈등의 새로운 국면을 여는 동시에 국제 형사 사법 체제의 한계를 시험하는 중요한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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